삼성 준법위 3년…면피성 조직 넘어 파수꾼 역할하나

입력 2023-01-15 06:11   수정 2023-01-16 13:38

삼성 준법위 3년…면피성 조직 넘어 파수꾼 역할하나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철폐 등 변화 이끌어
이재용 "독립성 갖고 지속 운영" 약속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삼성그룹 준법 경영의 '파수꾼' 역할이 부여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 3년을 맞았다.
그간 준법위 활동에 대한 재계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철폐 등 삼성의 변화를 이끌고 준법 문화의 기틀을 만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출범한 제2기 준법위는 지배구조 개편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옥상옥·재판용이란 비판 속에 변화 이끌어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등 7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준법 감시 역할을 맡는 준법위는 2020년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아 활동을 알렸다. 첫 회의는 그해 2월부터 시작했다.
출범 당시 준법위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한 데 따라 설립돼 '재판용'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1기 준법위는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철폐 등 대대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옥상옥'이란 지적도 있었다.
각사 이사회가 있는데 별도 조직을 운영하는 게 자본시장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준법위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활동에 위법한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도록 할 뿐 사업 내용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준법위도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준법위 활동은 3년을 이어왔고, 준법 경영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도 확고해 보인다.
이 회장은 회장 승진 전인 지난해 10월 12일 준법위 정기 회의에 참석해 "준법위가 독립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 역할해야"
지난해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않아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삼성의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제도상 허점도 많다"며 "어떤 구조가 바람직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배구조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032830]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26조원에 달하는 나머지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를 구체화하는 지배구조 개선안 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지 정답도 없고, 준법위가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준법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이 생각하는 여러 안이 있을 텐데 위법한 요소가 있는지 살피고 타당성을 따지는 게 준법위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과제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문제도 있다.
삼성은 2017년 2월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데 이런 구조로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경우 '과거로 회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과거 미전실 시절엔 각 계열사 이사회가 아닌 미전실이 회사의 주요 경영 판단을 내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경우 준법위의 역할이 더 강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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