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력파견·신규계약 추진 어려움…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직격탄
소부장·중소기업 中의존도 높아…당분간 무역적자 이어질듯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두고 있는 반도체 장비 업체 A사는 중국의 단기 비자 발급 중단으로 현지 인력 파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사의 공장에 장비를 설치해주려면 엔지니어 등을 파견해야 하는데 출장길이 막히면서 새로운 납품 계약을 추진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 실적이 부진했던 상황에서 손실 만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올해 들어서도 대중 수출액 20% 넘게 급감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국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7개 품목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489억달러)는 8.3% 늘었지만, 증가 폭은 재작년(25.9%)보다 대폭 축소됐고, 2위인 합성수지(86억달러)는 3.9% 감소했다.
그 밖에도 무선통신기기(-1.1%), 평판 디스플레이 및 센서(-15.0%), 석유화학 중간원료(-2.5%), 석유제품(-36.8%), 반도체 제조용 장비(-24.3%) 등이 모두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들 품목은 모두 재작년에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의 지역 봉쇄 등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요 수출 품목이 부진한 실적을 내자 지난해 연간 대중 수출액은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중국이 우리 국민에 대한 단기·경유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중 수출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도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대중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23.7% 급감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작년 5월부터 적자를 이어가다 9월에 잠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10월부터 다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무역협회는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2분기 이후 진정되면서 소비와 투자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코로나 확산 추이가 안정되면 우리나라의 입국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비자 발급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 타격 커…악재 겹친 中시장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의 조치로 장기 체류 주재원이 많은 대기업보다 필요시 수시로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고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1위 수출국인 중국은 중소기업 수출에서도 가장 큰 비중인 18%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중 수출은 작년 9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하며 이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11월에는 수출액이 20% 넘게 줄며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대중 수출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 소부장넷에 따르면 작년 1∼11월 대중 소부장 수출액은 91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중국은 전체 소부장 수출에서 28%를 차지하고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에 생산 기지가 있는 기업의 경우 국내 기술자를 공장에 파견해 주기적으로 정비를 해야 하는데 비자 발급 중단이 장기화하면 공정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현지 기업과 대면 상담·계약이 불가능한 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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