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만은 사수하라'…우크라 통신업계 배터리 확보 '총력전'

입력 2023-01-16 10:51  

'통신만은 사수하라'…우크라 통신업계 배터리 확보 '총력전'
WSJ "전력망 파괴에 기지국 25% 상시 중단…신속 해결 난망"
"통신망 유지하려면 발전기 250대·리튬이온 배터리 3만6천개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러시아의 전력 설비 파괴로 정전이 일상화된 우크라이나에서 통신사들이 발전기와 배터리 등 보조전원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규모 정전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어둠에 빠뜨렸고 상수도, 난방시설, 제조업은 물론 유선전화가 흔치 않은 우크라이나에서 핵심 통신수단이 된 휴대전화와 인터넷에도 큰 차질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발전기가 있는 카페나 주유소 등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지만 안테나와 교환장치 등을 가동하는 기지국에는 안정적인 전원장치가 필수적이다. 인터넷업체도 네트워크를 가동하려면 배터리 등 보조전원장치가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이동통신망이 전시에 대비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기지국의 보조전원이 구형 납축전지(AGM)라는 점이다. 납축전지는 불과 1~2시간밖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고 충전도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다.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 스타니슬라우 프리비트코 이동통신국장은 러시아 침공 이후 순환 단전으로 전국 기지국의 25%가 상시 중단 상태이고, 전력시스템 공격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 11월에는 전체 기지국의 59%가 멈췄다고 말했다.
통신과 인터넷 중단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긍정적인 전쟁 뉴스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등을 내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동통신 업체와 인터넷 업체들은 러시아의 전력시설 파괴로 인한 순환 단전이 일상화되면서 시스템 가동에 필요한 발전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3위 이동통신업체인 라이프셀의 유리 자고야 기술담당 매니저는 가장 큰 문제는 전원 장치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건 돈이 아니라 배터리다. 아무도 배터리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라이프셀의 대변인은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면 발전기가 250대, 리튬이온 배터리가 3만6천 개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통신사와 인터넷협회에 발전기 50대를 제공했고, 미국 국무부가 우크라이나 전력망 재건을 위한 고전압 변압기 등을 장비 지원을 모색하고 있으나 빠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프리비트코 이동통신국장은 키이우스타와 라이프셀, 보다폰 우크라이나 등 통신업체들이 납축전지를 대체할 리튬이온배터리 확보를 위해 생산업체와 접촉했지만 생산에 3~4개월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키이우스타는 지금까지 8천 대의 새 배터리를 공급받아 설치했고 보다폰 우크라이나는 5천 대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 배터리 설치가 궁극적인 해법은 되지 못한다. 배터리로는 기지국에 정전시간보다 훨씬 짧은 6시간 정도밖에 전기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업체들은 순환 단전을 시행할 때 통신 분야도 병원과 긴급구조대처럼 전력 우선 공급 대상에 포함해 전력공급 시간을 늘려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3개 통신업체는 사용자들이 각각 가입한 네트워크가 중단된 경우 타사 네트워크를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 로밍을 허용하고 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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