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주민들 "고국 사랑 우선 증명해야"…동원령 새해에도 뜨거운 감자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이 우크라이나전 투입을 위한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피해 해외로 달아난 자국민을 징집에서 면제하는 대신 일정 기간 극동 지역에서 일을 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16일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와 극동 매체 등에 따르면 친정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 소속 페도트 투무소프 러시아 하원 의원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극동 사면령'을 발표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조치로 현재 해외에서 생활 중인 자국민들이 러시아로 돌아오면 극동 지역을 비롯해 국가 전체 발전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베도모스티에 밝혔다.
다만 해외로 탈출한 뒤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활동을 한 자국민들은 이번에 제안한 조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낙후한 산업과 기반시설 등으로 인해 인구 늘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 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토지 무상 분배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극동·시베리아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특히 이 지역 젊은이들이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 대도시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지역 발전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는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투무소프 의원의 이번 제안은 극동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될 수 있다.
그는 "징집을 피해 해외로 달아난 이들 대부분이 가장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연령대임을 고려할 때 이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들 상당수는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 IT전문가 등 기술 주권을 확립하는데 필요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무소프 의원의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극동 지역 주민들은 그가 동원령에 응하지 않고 해외로 달아난 것을 부도덕하게 여기지 않고, 극동에서의 생활을 강제 노동과 동일시 한다는 등 비판을 내놓았다고 보스토크 메디아는 전했다.
연해주에 있는 전쟁 관련 장애인 단체 회원인 올레그 미하일로프는 "그들은 이곳에 오기 전 고국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야 한다"며 "최소 한 달 동안 특별 군사작전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극동 지역에 오는 것에 대해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 투입할 병력 확보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부분 동원령을 내렸으며, 한 달여 뒤 목표로 한 30만 명 동원을 완료했다.
하지만 서방 매체들은 이 기간 징집 목표 인원에 육박하는 러시아 남성 30만 명가량이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으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이에 러시아에서는 해외로 도피한 뒤 원격근무로 자국 회사에서 일하는 러시아인들에 대한 제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동원령은 해가 바뀐 후에도 러시아 사회에서 뜨거운 관심 사항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현지 주민들은 러시아 정부가 추가 병력 확보를 위해 2차 예비군 동원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4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 러시아 군인 부인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한 단체는 푸틴 대통령에게 대대적 동원령을 발령하고 징집 연령 남성들이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도록 국경을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현재까지 "추가 동원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발렌티나 마트비엔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러시아 정부가 추가 동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는 러시아 사회를 분열하기 위한 서방의 이익을 위해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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