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업계 만나 위기 대응 및 취약층 배려 당부…인터넷 은행과도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오주현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새해 들어 연일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여신금융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신년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업계 CEO들을 만났다.
이날 회의에는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을 비롯한 여신금융협회 회원사 대표 58명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신전문금융사는 시장성 차입 의존도가 높아 금융시장 변동에 취약한 구조적 약점이 있다"며 "유동성위험과 신용위험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여전사들이 유동성 확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대출 취급을 축소함에 따라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상충하기는 하지만 금융권의 지원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자금 이용에 애로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봐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여전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여전사와 빅테크(대형기술기업)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체계 전반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규제차익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시내 모처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323410] 대표,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등 인터넷전문은행 CEO 3명과 오찬 간담회도 했다.
인터넷은행 CEO들은 오찬에서 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비중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중저신용자의 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진 점은 중신용 대출 위주의 영업을 해야 하는 인터넷 은행의 성장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이 확대될수록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연체율 지표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올해 금융환경 악화 전망에 따른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이번 주 중 다른 금융업계 CEO들과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기업 구조조정에서 사모펀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시장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이 원장의 연이은 행보가 불확실성이 커진 현 금융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시장 충격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보니 금융당국과 시장과의 소통 강화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로 금융 취약층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이 이들을 외면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챙겨봐야 할 몫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복합위기 국면에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에 당부할 사안이 많고, 금융회사들도 당국에 건의할 애로사항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 원장이 시장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감독 방향에 반영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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