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8개월 만에 한국행…비행기 탑승 직후 체포영장 집행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16일(현지시간) 한국 귀국길에 올랐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엿새간 구금 생활을 하던 방콕 사톤 이민국 외국인 수용소에서 나와 방콕 수완나품공항에 오후 10시께 도착했다.
그는 방콕에서 17일 오전 0시 50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이 비행기는 출발 지연으로 오전 1시 25분 이륙해 같은 날 오전 8시 40분(한국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의 귀국길은 한국과 태국 당국의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이민국 수용소에서 나오는 김 전 회장의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으며, 방콕 공항에서도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별도 구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9시께 이민국 수용소에서는 경광등을 켠 경찰차 두 대의 삼엄한 호위 속에 호송차 한 대가 출발했다. 김 전 회장이 탔을 것으로 추정돼 취재진이 따라붙었으나, 이 차량이 공항 주변을 돌며 시선을 돌리는 동안 실제 김 전 회장이 탄 차량은 다른 경로로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송을 위해 한국에서 온 검찰 수사관들이 방콕 공항에서 그를 인계받았으며, 비행기 탑승 직후 기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과 함께 검거된 양선길 쌍방울 현 회장도 이날 같은 절차로 한국에 간다.
이들은 한국 입국 직후 검찰 호송차를 타고 곧바로 수원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오후 태국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을 비롯해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북 송금 의혹도 받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으로 옮겨 생활해왔다. 그는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고 성대한 생일파티를 여는 등 '호화 도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경찰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말 태국에 입국해 방콕 시내 중심인 수쿰윗 지역에 거주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태국 경찰에 불법체포 혐의로 체포된 직후 이를 부인하며 국내 송환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입장을 바꿔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
열악한 현지 수용시설 환경과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이 줄줄이 체포·구속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태국에서 김 전 회장 귀국을 위해 긴급여권에 해당하는 여행증명서가 발급됐고, 검찰은 호송팀을 파견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여권을 무효로 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는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쌍방울과의)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는 농담도 던졌다.
김 전 회장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며 "이재명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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