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정 '자연과 조화'…"기후변화에 생태사슬 뒤틀려"
"전염병 창궐까지 부추겨"…유럽 31개국 '기후대응' 협약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겨울 실종설이 나도는 유럽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WEF) 총회에서 기후변화가 서두부터 중대 의제로 부각됐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포럼의 첫 일정은 학계와 시민단체가 '자연과 조화'를 주제로 개최한 기후변화 대응안 토론이었다.
알로이스 츠윙기 WEF 재단 이사, 게일 화이트맨 영국 엑서터대학 교수 등이 일상생활과 사회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의견을 나눴다.
특히 다보스와 같은 겨울 휴양지에 눈에 충분히 내리지 않아 스키를 탈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을 흉조로 거론하기도 했다.
화이트맨 교수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며 "이는 스키를 마음껏 타지 못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나무와 파리가 봄이 왔다고 착각해 모든 생명 다양성 사슬이 뒤틀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극단적 기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큰 우려가 되고 있다.
산업화를 주도해온 선진국들이 많은 유럽도 화석연료 사용의 역풍을 점점 깊이 체감하고 있다.
다른 대륙에서 혹한, 눈 폭풍, 홍수, 가뭄 등 극단적 기상에 시달리는 동안 유럽은 올겨울 이상고온에 직면했다.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리히텐슈타인 등에서 낮 기온이 섭씨 20도에 육박해 관측 이래 1월 최고를 찍었다.
알프스산맥을 낀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지의 스키 휴양지들은 눈이 오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세계인이 치명적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세계 최대의 보건펀드인 '에이즈·결핵·말라리아와 싸우는 글로벌펀드'는 각 대륙의 사례를 들어 이 같은 위험을 지적했다.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은 작년 파키스탄 홍수, 2021년 모잠비크 사이클론을 거론하며 "극단적 기상이 발생할 때면 언제나 말라리아가 확산하는 게 상당히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극단적 기상이 휩쓸고 가면 말라리아 매개체인 모기를 끌어들이는 고인 물이 많아져 주민들이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설명이다.
샌즈 총장은 기후변화 때문에 모기 서식지의 지형도 또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고지대의 기온이 올라 과거와 달리 모기가 살게 됐다며 그 때문에 이 지역이 말라리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샌즈 총장은 기후변화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소득 불평등에 따른 극빈층 확대 등이 지구촌 보건을 악화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하기 위한 협약도 다보스 포럼의 앞머리를 장식했다.
유럽 31개국 문화 장관들은 이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연대체 '다보스 바우쿨투어(baukultur) 동맹'을 출범시켰다.
바우쿨투어는 질이 좋고 지속 가능하며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과 도시를 보존하고 개발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약칭이다.
이들 유럽 도시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비롯해 도전과제를 계획하기 위해 건축, 부동산 업계, 시민단체와 함께 국제 연결망을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스위스 정부는 "미래에 정치인, 기업가, 시민사회는 더 잘 설계된 도시, 마을, 풍경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연대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이날 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의 개막을 앞두고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렸다.
연대체 발족은 2018년 채택된 다보스 선언의 목표인 유럽의 고품격 바우쿨투어를 달성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