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저수지 말라붙어…시 외곽지역에 물공급 끊기자 주민들 소송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남서부 지역 수천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콜로라도강이 오랜 가뭄으로 말라붙으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콜로라도강 가뭄의 여파로 상수도가 끊기는 타격을 받고 있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시 외곽 주민들을 조명했다.
스코츠데일시는 수십 년간 콜로라도강과 시 외곽 주택가인 리오 버디 풋힐스를 이어주던 공급로를 올해 1월 1일 차단했다. 가뭄이 지속돼 스코츠데일 시민들을 위한 수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천 가구가량 거주하는 리오 버디 풋힐스는 수십 년간 인근 스코츠데일시에서 물을 공급받아 왔다.
상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리오 버디 풋힐스 거리는 외부에서 물탱크를 채워온 트럭들로 붐비고 있으며 물값은 세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주민들은 집에서 샤워를 하지 못해 스코츠데일시에 있는 체육관에 가고 빨래를 하기 위해 지인들의 집이나 빨래방으로 향한다.
이 지역에서 20년간 물 공급업자로 일한 존 호뉴어는 WP에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되고 있다"라며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는 여름을 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주민들은 시외 지역의 고객에 대한 공공 서비스를 차단하는 데 제한을 두는 애리주나주법을 스코츠데일시가 위반했다며 물길을 다시 터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콜로라도강은 미 서부 7개주 일대의 주민 4천만명의 상수원이자 이 일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젖줄이다.
애리조나주에도 이 강은 물 35%의 공급원이다. 이곳에서 20여 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애리조나주 최대 저수지인 미드호 수위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근 2주가량 캘리포니아주 등에 폭우와 강설이 있었으나 저수량이나 말라붙은 땅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강우·강설이 콜로라도강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오랜 가뭄이 이어지면서 앞서 미 연방 정부는 애리조나주, 네바다주에 할당되는 물 공급량을 연속해서 축소했으며, 7개 주와 공급량 축소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NYT는 리오 버디 풋힐스가 거의 하룻밤 사이에 더 뜨겁고 건조해진 기후가 만들어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지역이 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면밀한 도시 설계나 규제를 받지 않은 무분별한 주택 개발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코츠데일시는 지난달 물 공급 차단과 관련한 공지에서 "이 시외 지역 공동체의 물 수요에 대한 책임이 시에 있지는 않다"며 "특히 이곳이 제한이나 규제를 받지 않고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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