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당국 "사고여객기 조종사, 착륙 직전 활주로 변경 원해"

입력 2023-01-17 13:32   수정 2023-01-17 17:47

네팔 당국 "사고여객기 조종사, 착륙 직전 활주로 변경 원해"
"조난 호출은 없었다"…전문가, 신축공항 배치 등 구조적 문제 지적
맑은 날씨에 사고 발생…당국 "같은 기종 다른 항공기엔 문제 없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15일(현지시간) 네팔 포카라에 추락한 여객기의 조종사가 착륙 직전 활주로 변경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팔 민간항공국의 대변인인 자간나트 니라울라는 17일 dpa통신에 "조종사는 애초 배정된 활주로가 아닌 다른 곳에 착륙하기를 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니라울라 대변인은 "사고 직전 (해당 여객기로부터) 어떤 조난 호출도 받지 않았다"며 "조종사가 신축 국제공항에 착륙 허가를 받을 때까지 모든 것은 정상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조종사가 어느 공항에서 어느 공항으로 활주로 변경을 원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포카라의 신축 국제공항과 인근 국내공항에는 활주로가 각각 1개씩 있다. 항공당국은 지난 1일 국제공항이 문을 연 이후 국내공항의 이착륙 수요를 국제공항으로 분산해왔다.
사고 여객기는 네팔 예티항공 소속의 ATR 72기종으로 국제공항과 기존 국내공항 사이의 협곡에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는 국제공항의 위치와 활주로 배치 등에 구조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두 공항 간 거리는 약 2㎞에 불과할 정도로 붙어있으며 각 활주로는 평행하지 않고 가로, 세로로 어긋나게 배치됐다.
포카라는 산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여객기가 산을 끼고 돌며 '급커브'하며 이착륙해야 하는데 활주로 배치가 조종사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국제공항은 신축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활주로의 길이와 폭이 각각 2천500m, 45m에 불과하다.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간디국제공항 메인 활주로(길이 4천430m, 폭 60m)와 비교하면 규모가 매우 협소하다.
포카라의 국제공항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관련 자금 지원으로 지어졌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 마감일에 맞추기 위해 개장을 서둘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항공전문가들은 사고 당일 현지 날씨가 맑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항 위치 문제 외에 항공기 결함, 양력 유지 실패로 인한 '실속(失速·stall)' 등도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네팔 민간항공국은 자국 내에 운용 중인 ATR 72 기종 16대 모두와 3대의 ATR 42를 점검한 결과 기술적 결함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날 밝혔다.
당국은 전날 수거된 블랙박스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항공기에는 총 72명이 탑승했으며 전날까지 69∼70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탑승자 유모씨 부자(父子)로 추정되는 시신 2구도 확인됐다.
구조당국은 이날 남은 실종자 수색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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