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왕실 드라마, 영국에만 있나" 해리왕자 계기로 각국 사례 재조명
스페인 前국왕, 뇌물에 협박…덴마크 여왕은 '손주 지위 박탈' 논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영국이 왕실 내부 갈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세계 왕실의 면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왕실의 치부(dirty laundry)는 영국이 독점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를 달군 각국의 왕실 스캔들 4가지를 재조명했다.
가장 최근 입방아에 오른 건 무속인과 약혼한 노르웨이 공주 마르타 루이세다.
루이세 공주는 작년 11월 약혼자인 무속인 듀렉 베렛의 대체의학(민간요법) 사업을 돕겠다며 왕실 공식 업무를 내려놨다.
미국 출신인 베렛은 2019년 암에 대한 비과학적 이론을 펼친 책 '스피릿 해킹'을 발간했고,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일종의 영적 장식물을 판매하는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장본인이다.
루이세 공주 또한 동물이나 천사와 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덴마크에서는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손주 8명 중 4명의 왕자, 공주 지위를 박탈했다고 전격 발표해 충격을 안겼다.
여왕은 손주들이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하고, 왕족 규모를 줄이려는 유럽의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위가 박탈된 손주들의 부친 요아킴 왕자는 "자녀들이 잘못된 대우를 받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다"고 토로했다.
요아킴의 장남 니콜라이도 "이런 일이 왜 이런 방식으로 일어났는지 매우 혼란스럽다"고 할머니의 결정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해 10월 여왕은 결국 유감을 표명했지만, "왕실을 시대에 맞게 만들어나가는 것은 여왕으로서 나의 의무이자 갈망"이라며 결정을 유지했다.
39년간 군림했던 스페인 전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작년 5월 약 2년 만에 고국 땅을 밟으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14년 왕위에서 물러난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속철 수주사업을 돕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자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제위기 기간 호화 코끼리 사냥 여행을 떠났다거나 정보기관을 동원해 전 연인을 협박했다는 등 각종 추문에 휩싸였다.
그는 작년 9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에 나타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19년 왕위에 오른 이래 줄곧 독특한 행보를 보여온 태국의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과거 애완견인 푸들 '푸푸'를 공군 대장으로 앉힌 뒤, 2015년 푸푸가 세상을 떠나자 4일간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전신에 문신 판박이를 붙인 채 상반신이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 크롭티를 나타나는 등 기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의 민소매 패션은 근 몇 년간 태국의 청년 민주주의 활동가 사이에서 상징적인 시위 복장으로 쓰였다.
태국 시위대는 430억 달러(약 53조3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왕실 자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왕으로 거듭난 그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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