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항소심 최종 변론 맞아 도쿄서 보고집회…5월 선고
변호인 "어정쩡하게 재판 끝낼 생각 없어…기록 남기는 것 중요"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사죄하지 않으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다고 확신합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의 이름을 빼 달라는 소송은 인생을 건 싸움입니다. 살아 있는 한 멈출 수 없습니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17일 도쿄 도라노몬홀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한국인 합사 취소 소송' 보고집회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아버지가 합사돼 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 느낀 분노로 소송을 이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본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한국인을 멋대로 합사해 놓은 채 추모하고 있었다"며 "야스쿠니 신사는 지금도 전쟁을 미화하면서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도쿄고등재판소에서는 한국인 유족 27명이 2013년 10월 제기한 '야스쿠니 신사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군무원) 합사 취소 소송' 항소심의 마지막 변론이 진행됐다.
앞서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는 2019년 5월 28일 야스쿠니 신사 합사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 "합사 사실이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합사됐다는 것이) 불특정 다수에 알려질 가능성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천 명은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일본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유족 동의 없이 한국인이 합사돼 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고, 한국인이 2001년과 2007년 제기한 합사 취소 소송은 모두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이 대표는 "유족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법원이 이번에 어떤 판결을 내릴지 모르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원고 중 한 명인 박남순 씨는 집회 장소를 채운 약 50명의 일본인을 향해 "코로나19로 한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보고 싶고 그리웠다"며 "변호사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카타 요시토 변호사는 "이 재판을 어정쩡하게 끝낼 생각은 없다"며 "일본 법원은 매우 보수적이고 (판결 이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지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2019년 선고 당시 "원고들의 모든 요구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 측이 부담한다"는 짧은 말만 남긴 바 있다.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 합사를 연구해 온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이 문제는 일본의 한국 침략과 식민지배에 관한 역사 인식과 관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족의 명예와도 얽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한국 침략을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아버지나 형제가 합사돼 있다는 사실은 유족에게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넘은 굴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쿄고등재판소는 오는 5월 26일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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