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킹' 별칭 트럼프 지지자, 무장괴한 고용해 주 하원의장 공격
살해 확률 높이려 '낮게 조준하라' 지시…주의원 10살 딸 침실도 총격
(뉴욕·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고일환 정윤섭 특파원 = 지난해 11·8 미국 중간선거에서 낙선한 뒤 선거 조작을 주장했던 공화당 후보가 선거관리를 담당했던 민주당 정치인들 자택에 총격을 가하도록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州) 앨버커키 경찰이 지역 정치인들의 자택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을 사주한 혐의로 솔로몬 페냐(39)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페냐는 지난해 11월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주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현직인 민주당 후보에게 47% 포인트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무릎을 꿇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선거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페냐가 지목한 공격 대상은 민주당 소속의 선출직 공직자들이었다.
앨버커키 경찰 대변인은 "페냐는 선거가 끝난 뒤 지방자치단체 고위 관료들의 자택을 방문해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며 "일부 간부들과는 말싸움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페냐는 이후 현금을 주고 무장 괴한 4명을 고용했고 이들에게 총격 대상자의 주소를 건넸다.
그는 민주당 정치인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할 목적으로 저격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 시간과 총구 조준 위치까지 세밀하게 지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침대에 눕지 않고 실내에서 활동할 시간인 저녁 8시에 맞춰 총구를 낮게 조준해 공격하라고 사주한 것이다.
첫 공격은 지난해 12월 4일 뉴멕시코 최대 도시인 앨버커키를 포함하는 상위 자치단체 버나리요 카운티의 선출직 커미셔너 애드리애나 바보아의 자택을 대상으로 실행됐다.
당시 일당은 바보아 자택을 향해 총을 쏘면서 탄창 8개를 소진했지만, 다친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이어 최근 주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하비어 마르티네스 의원과 또 다른 카운티 커미셔너의 자택을 향한 두 번째 공격과 세 번째 공격에서도 부상자는 없었다.
페냐는 지난 3일 무장 괴한 일당이 주 상원의원인 린다 로페스의 집을 공격할 당시에는 직접 자동소총을 들고 현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페냐의 총은 오작동으로 발사되지 않았지만, 일당은 10여 발의 총을 로페스 의원 자택을 향해 발사했다.
이들이 발사한 총알 중 일부는 로페스 의원의 자녀가 사용하는 방에 날아들기도 했다.
로페스 의원의 10살 딸은 총격에 잠에서 깼고 총알이 침실 벽을 뚫고 지나갈 때 얼굴에 부스러기가 떨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도와 절도 등 19건 중범죄 전과가 있는 페냐는 지난 2007년 4월 체포돼 9년을 복역했고 2016년 3월 출소했다.
그는 작년 중간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뒤 자신이 패배한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을 인용해 자신에게 '마가 킹'(MAGA King)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작년 11월에는 '마가' 문구를 새긴 옷을 입은 사진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지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지난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을 퍼트리는 현지 온라인 단체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팀 켈러 앨버커키 시장은 페냐에 대해 "선거 결과를 거부하는 우파 급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뉴멕시코주 공화당은 "페냐는 법이 정한 모든 범위에서 기소돼야 한다"며 정치적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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