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훈련받는 우크라군, 6·25 당시 한국군처럼 성과 낼까

입력 2023-01-18 01:28   수정 2023-01-18 17:08

미국서 훈련받는 우크라군, 6·25 당시 한국군처럼 성과 낼까
美, 한국전쟁 때 외국군 군사훈련 효과 입증되자 다른 국가로 확대
우호관계 기대했지만 본국 돌아간 뒤 美 생각과 달리 행동하기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기로 한 미 본토 군사훈련을 6·25전쟁 당시 한국군이 미국에서 받은 훈련과 비교한 전문가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시카고대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사이러스 진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게재한 글에서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을 오클라호마주로 데려와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사용법을 훈련하기로 한 결정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 목적을 달성할 뿐 아니라 외국 정부에 우호적인 지도층을 양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외국군을 미 본토에서 훈련했으며 특히 한국전쟁에 그 뿌리를 뒀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북한의 공격에 무너진 한국군을 시급히 재건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한국군 수천 명이 미국에서 선진 교육 훈련을 받도록 지원했다.
이들이 열악한 현지 교육기관이나 해외 미군기지보다는 미국 본토의 교육기관에서 훈련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토 훈련은 외국군이 일반 미국인과 교류하고 우정을 쌓으면서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미국은 훈련을 마친 병사와 장교들이 우수한 전문성과 기술을 갖춘 군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아 한국군의 전투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고, 군사 측면에서 이런 훈련은 성과가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 지휘관들은 미국 교육기관에서 훈련을 받은 한국군의 전투력이 개선됐다고 높게 평가했고, 초기 훈련생 다수는 한국으로 복귀한 뒤 빠르게 진급했다.



이런 성과에 고무된 미국 정부는 외국군 훈련을 확대했고 1950∼1960년대에 거의 10만명의 외국군이 미국에서 훈련을 받았다.
당시 소련과 냉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미국은 훈련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미국과 더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미국산 군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순진했다고 진씨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훈련생들은 각자의 기대와 목표가 있었다.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미국 정부의 군사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런 기대가 무산되자 반발했다.
1955년에는 미국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한국군 김기옥 소령이 맥스웰 테일러 미8군 사령관에게 권총을 겨냥했다가 제지당한 사건이 있었다.
1954년 미국에서 포병장교로 훈련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 통보 뒤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핵무기 개발을 계획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미국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미국에서 전통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남베트남 군인들은 베트콩의 게릴라 전술에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는 미국에서 훈련받은 파나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중남미국 장교들이 본국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인권을 침해해 논란이 됐다.
진씨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도 훈련 지원을 통해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목표가 미국과 다를 수 있으며 이들의 희망과 달리 미국이 국내 정치 상황과 예산 문제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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