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통해 멕시코 대통령에 메시지…"햇빛도 거의 못봤다" 호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마약 밀매, 살인 교사, 불법 무기 소지, 탈옥 등 범죄로 미국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멕시코의 전설적인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65)이 자국 대통령에게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향을 피력했다.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등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종신형+30년형'을 선고받고 콜로라도 중범죄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호아킨 구스만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보내는 본국 송환 요청 메시지를 자신의 옛 변호인에게 전달했다.
2015∼2018년 미국에서의 재판 등에서 호아킨 구스만 변호를 맡았던 호세 레푸히오 변호사는 이날 오전 멕시코 유명 앵커인 치로 고메즈 레이바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사실을 밝히며 "(호아킨 구스만은) 감옥에서 햇빛도 거의 본 적 없고, 질 나쁜 음식을 먹으며, 면회도 사실상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아킨 구스만이 자신에 대한 처우를 '모욕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한 레푸히오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멕시코 감옥으로 이송될 방법을 모색할 것을 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이었던 호아킨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각지에서 200t이 넘는 마약을 몰래 팔거나, 돈세탁과 살인 교사 등 총 17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구스만은 지하 터널과 트럭, 승용차, 열차, 비행기, 선박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마약을 밀매했다. 하루에 현금을 가득 실은 비행기 세 대가 오갈 정도로 달러를 쓸어 모았다.
일찌감치 멕시코 당국에 의해 붙잡힌 바 있는 그는 2001년과 2015년 두 차례나 멕시코 교도소를 탈옥한 전력도 있다. 이후 그의 신병은 2017년 1월 미국으로 인도됐다.
최근엔 그의 뒤를 이어 시날로아 카르텔의 실권을 잡고 펜타닐 등 치명적인 마약을 생산·밀매하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32)이 멕시코 군·경의 대대적인 작전 속에 검거되기도 했다. 당시 중무장한 카르텔 갱단원의 강력한 저항에 시날로아주 쿨리아칸 일대가 전쟁터처럼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엘 차포'의 메시지와 관련, "나는 그것(메시지)을 보지 못했다. 두고 보자"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이날 미국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55) 전 멕시코 공공안전부(현재는 폐지) 장관 재판에 맞춰 호아킨 구스만이 자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가르시아 루나 전 장관은 재임 시기(2006∼2012년) 중 미국으로의 마약 밀반입을 눈감는 대가로 시날로아 카르텔로부터 600만 달러(74억원) 상당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당시 펠리페 칼데론 전 멕시코 대통령은 강력한 카르텔 소탕 정책을 펼치고 있었는데, 그 책임자였던 가르시아 루나 전 장관은 시날로아 카르텔에 단속 정보를 흘리거나 경쟁 조직원을 주 체포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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