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못 떠나"…우크라 격전지 바흐무트서 일상 견디는 시민들

입력 2023-01-18 11:01   수정 2023-01-18 17:23

"내 땅 못 떠나"…우크라 격전지 바흐무트서 일상 견디는 시민들
불과 15㎞ 떨어진 솔레다르서 격전에도 "바흐무트는 내 땅"
군인·자원봉사자가 제공하는 구호물자 받고 '기도'하며 버텨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곳은 내 땅이다. 나는 떠나지 않는다."
러시아 동부 도네츠크 군사요충지 바흐무트 주민들은 북쪽으로 불과 15㎞ 떨어진 솔레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에도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바흐무트를 찾은 미 CNN 방송이 이 지역을 반으로 가르는 바흐무티우카 강 인근에서 만난 주민 드미트로는 고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드미트로는 부서진 유리와 뒤틀린 금속 잔해물이 널브러진 거리를 목발을 짚은 채 한쪽 다리로 절뚝거리며 걸었다. 그의 양쪽 목발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파란색 테이프가 각각 붙어있었다.
드미트로는 인근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왜 아직도 바흐무트에 남아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곳은 내 땅이다. 나는 떠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러시아는 지난 몇 달간 도네츠크 공략을 위한 길목인 바흐무트를 공략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솔레다르로 눈을 돌렸다.
현재 바흐무트에서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가 솔레다르에서 완전히 승리할 경우 러시아군이 이 곳으로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민간 용병단 와그너 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최근 솔레다르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솔레다르를 여러 차례 방문한 취재진은 우크라이나군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에 바흐무트에 남아있는 주민들이 대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 곳에 남은 주민들은 현재 바흐무트 북동쪽에 있는 러시아군의 눈을 피해 서쪽에서 사력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바흐무트에서는 난로를 때기 위해 해바라기를 수확하고 남은 잔여물을 받고 우물에서 물을 얻기 위해 줄을 선 주민들을 볼 수 있다.
일부 상인들은 바흐무트로 진입하는 몇 개 남지 않은 도로에 테이블을 펼쳐 놓고 생선과 빵, 구운 고기와 커피, 차를 팔고 있다.
자신을 '세르히'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CNN 기자에게 "도시를 떠날 수 있는 여유가 되지 않는다"며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주는 음식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군인으로 복무한 세르히는 원래 국가에서 연금을 받아야 하지만 전쟁으로 공공 서비스가 마비돼 연금을 받지 못해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세르히는 "나는 끔찍한 동물처럼 살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드러냈다.
침례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CNN 기자를 만난 갈리나는 "무엇을 위해 기도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에게 평화를 빌었다"며 "우리와 바흐무트를 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역에 평화를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다른 도시에서 러시아군을 피해 바흐무트로 도망쳐 왔지만, 또다시 러시아군의 공격을 당할까봐 불안에 떨어야 하는 주민도 있다.
스뱌틀라나는 작년 봄에 루한스크주 북쪽 관문 도시인 리만에서 도망쳐 친구의 집이 있는 바흐무트로 왔다. 리만은 작년 10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에 성공하기 전까지 몇 달간 러시아에 점령당했다.
황갈색 스웨터와 밤색 모자를 쓰고 거리를 배회하던 스뱌틀라나는 솔레다르가 러시아의 손에 들어갈 경우 바흐무트가 다음 타격이 될까봐 두렵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며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말했다.
바흐무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사격 준비를 하던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바흐무트의 상황은 어렵다"면서도 "우크라이나 군대는 강하며, 우리는 바흐무트를 위해 싸울 것이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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