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 타라와섬 한국인 유골 봉환·'유골수집법' 연장 요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태평양전쟁으로 부친을 잃은 한국인과 오키나와 주민들이 18일 일본 정부에 "전몰자 유골 조사를 빨리 진행해 유족에게 유골을 전달해 달라"고 촉구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부친의 이름을 빼 달라는 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한 박남순 씨는 이날 일본 시민단체가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몰자 유골 문제' 의견 교환회에서 "아버지의 유골을 찾아서 제 손에 들려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1942년 일본 해군에 동원돼 태평양의 섬에서 희생됐다.
그는 "나이 여든을 넘고 아버지한테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이 바쁘다"며 유골 수습과 봉환을 서둘러 달라고 거듭 말했다.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남성은 "일본 정부가 유골을 수습하고 있다는 것을 유족이 느낄 수 없다"며 "방위비를 늘릴 여유가 있다면, 그 예산을 전몰자 유골 수습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키나와에서 전몰자 유골 발굴을 자원봉사자에게 맡기고 있는 현실을 일본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유골이 남은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유골 수습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의 의견 교환회를 주최한 시민단체 '전몰자 유골을 가족의 품으로 연락회' 활동가인 우에다 게이시 씨는 태평양 키리바시공화국 타라와섬에서 확인된 한국인 유골 봉환에 일본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태평양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타라와섬에서 발굴한 아시아계 유해를 조사해 '타라와 46번'으로 명명된 유골이 한국인의 것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키리바시의 국경이 폐쇄되면서 귀환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타라와섬 한국인 유골 봉환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드러내자 우에다 씨는 "이분이 일본의 식민지배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에다 씨와 시민단체 '가마후야'의 구시켄 다카마쓰 대표는 내년에 효력이 종료되는 한시법 '전몰자 유골수집추진법'의 연장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법안을 만든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법이 연장되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유골을 유족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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