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대법원이 범죄 전력이 있는 정치인을 장관에 임명한 것을 무효로 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연립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아리예 데리(63) 샤스당 대표를 내무부 및 보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 부당하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그를 해임하라고 명령했다.
11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이 결정을 지지했으며, 1명은 반대했다.
대법원의 결정으로 지난달 29일 취임한 데리는 19일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게 됐다.
샤스당의 한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데리 대표의 장관직 박탈이 확정될 경우 연정 지지 철회를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네타냐후 연정을 흔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데리 대표는 과거 내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의 뇌물 수수 사건으로 실형을 받고 22개월간 복역한 적이 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탈세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았다.
다만, 그는 형제에게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세금을 줄이려 부동산 가치를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형의 집행을 유예받아 실형을 살지는 않았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샤스당은 11석의 의석을 얻어, 네타냐후 주도의 우파진영이 크네세트(의회) 과반(120석 중 64석)을 확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후 데리 대표는 징역형을 받아 입각이 불가능함에도 네타냐후와 벌인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서 장관직을 요구했고, 우파 정당들은 수의 우세를 무기로 정부 조직에 관한 기본법 개정을 밀어붙여 그의 입각을 도왔다.
대법원 결정 직후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연정 파트너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채널12 방송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형제 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도 "법원이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며 "아리예 데리와 샤스당,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저지른 부당한 조처를 완전히 뜯어고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파 정당들이 데리 대표를 장관직에 복귀시키기 위해 최근 추진 중인 '사법 개혁'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레빈 장관이 주도해 만든 사법개혁 법안에는 법원이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변론을 들을 수 없고, 기본법을 무력화 또는 제한하는 결정은 무효라는 문구도 들어 있다.
정부나 의회가 주도하는 입법의 적법성을 사법부가 심사(사법심사)해 무력화할 가능성을 뿌리부터 제거하기 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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