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 대표가 기후총회 의장…"완전 웃긴 일" 환경운동가 실소

입력 2023-01-20 08:43  

석유사 대표가 기후총회 의장…"완전 웃긴 일" 환경운동가 실소
UAE 올해 COP28 의장 지명 직후부터 거센 비판
미 기후특사 'UAE 에너지전환 노력 봐달라' 두둔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기후변화 위기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의 의장으로 석유사 대표를 지명한 데 대해 환경운동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UAE는 올해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의장으로 술탄 아흐메드 알자비르 박사를 지명했다. 그는 UAE의 산업 및 첨단기술 담당 장관이며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다.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20)는 미국 경제뉴스채널 CNBC가 19일(이하 각각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주최한 패널 토론에 참여해 이에 관해 언급하면서 "완전히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툰베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로비스트들이 이런 회의들에 영향을 미쳐 왔다며 이번 일은 그저 상황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패널 토론에 참여한 독일 환경운동가 루이자 노이바우어 역시 UAE의 COP28 의장 지명이 "우스꽝스럽다"며 작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도 로비스트들이 몰려들었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의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원주민 공동체 출신인 환경운동가 엘레나 괄링과는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UAE가 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화석연료 회사 대표들이 기후 변화 협상을 주도하도록 한다면, 지금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알자비르의 COP28 의장 지명에 대해서는 발표 직후부터 거센 비판이 일어 왔다. 원유를 생산하는 국영 석유업체의 대표가 기후위기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 충돌이라는 것이다.
알자비르가 의장 지명자로 발표되자 1천900여개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하는 국제 기후행동 네트워크의 하르지트 싱 대표는 AP 통신에 "석유회사 대표가 COP 의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놀라운 이해충돌"이라면서 "기후 회의에서 오염을 일으킨 자들이 설 자리는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위트니스의 앨리스 해리슨은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회담에 무기 거래상을 참여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왜 석유 기업 경영자들이 기후회담을 이끌도록 내버려 두느냐"고 꼬집었다.
매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국은 회의를 이끌 의장을 지명한다. 통상적으로 의장 지명자는 COP 개막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의 반대 없이 확정된다.
기후 의제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대개는 개최국의 베테랑 외교관이 의장직을 맡았다.
다만 알자비르의 COP28 의장 지명에 문제가 없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알자비르와 UAE가 가스와 석유에서 탈피해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런 노력에서 세계를 선도하려는 결심이 굳다고 지적했다.
COP28 주최측의 한 공보담당자는 "(알자비르 의장 지명자가) 에너지 전문가이며 세계를 선도하는 재생에너지 회사들 중 한 곳의 창립자이며, 고위 비즈니스 리더이며, 정부 장관이며, 기후위기 대응 경험이 20년이 넘는 기후 분야 외교관"이라고 말했다.
알자비르는 2006년 UAE가 창립한 국영 재생에너지 회사 '마스다르'의 초대 CEO였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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