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문부과학상 "에도시대 생산기술 보여주는 유산…등재 위해 최선"
韓외교부, 유감 표명·대사대리 초치…日외무상 "한국과 정중히 논의"
(도쿄·서울=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특파원 김효정 기자 =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정식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다시 제출했다고 교도통신과 NHK가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상은 이날 각의(閣議·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문화유산으로서 사도광산의 훌륭한 가치가 평가될 수 있도록 계속 니가타현과 사도시, 관계 부처와 협력해 세계유산 등재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본 정부는 전날 밤(한국시간)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사무국에 정식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작년 2월 1일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일본이 제출한 신청서에 미비점이 있다고 판단해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당시 사도광산을 구성하는 유적 중 하나인 니시미카와 사금산(砂金山)에서 과거에 사금을 채취할 때 사용된 도수로(導水路, 물을 끌어들이는 길) 중 끊겨 있는 부분에 관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재추진을 위해 작년 9월 유네스코가 지적한 미비점을 수정한 잠정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고, 이번에 정식 신청서를 다시 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유산의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유산이 지닌 '전체 역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가오카 문부과학상은 이날 회견에서 사도광산에 대해 "에도 시대까지의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생산기술과 생산체제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해 이번에도 근대 이후를 유산 대상 시기에 포함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일본 문화청이 작성한 자료를 보면 세계유산으로 신청된 사도광산 유적은 니시미카와 사금산과 아이카와쓰루시 금은산(金銀山) 등 두 곳으로 구성된다.
그중 아이카와쓰루시 금은산은 에도 시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채굴이 이뤄졌다. '사적 사도금산('사도광산'의 일본 명칭)' 홈페이지에는 사도광산 역사가 1601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7세기에 사도광산의 금 채굴량이 많았다는 점을 들어 에도 시대(1603∼1867) 관련 유적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하고 있다.
한일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재신청함에 따라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2015년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후속 조치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유사한 배경의 '사도광산'을 또다시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서울 세종로 청사로 주한 일본 대사대리인 나미오카 다이스케 경제공사를 초치해 등재 재신청에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한국을 포함한 관계국과 계속해서 정중하게 논의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국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담당하며, 등재 여부는 세계유산위원회가 결정한다.
지난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개최되지 않았다.
하야시 외무상은 "작년 6월 러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연기돼 현재로서는 다음 회의의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