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경찰, 은신처 총 3곳 발견…모두 수백미터 반경 이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0년간의 도피 끝에 붙잡힌 이탈리아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60)의 은신처에서 흥미로운 물건이 발견됐다. 바로 영화 '대부'의 포스터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20일(현지시간) 데나로의 첫 번째 은신처에 영화 '대부'의 주연 배우인 말런 브랜도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랜도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대부'(1972)에서 주인공인 마피아 보스 비토 코를레오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통신은 데나로의 은신처 거실에서 발견된 이 포스터가 영화 '대부'의 공식 포스터와 상당히 흡사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마지막 대부'로 불린 데나로는 영화 '대부'에 묘사된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의 실제 두목으로 1993년 6월 도피를 시작한 이후에도 권력의 정점에서 조직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지명수배자로 살아온 데나로는 지난 16일 시칠리아섬 주도 팔레르모의 한 사설 클리닉에서 붙잡히며 30년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가명을 사용해 간암 통원 치료를 받던 데나로는 군·경찰이 닥치자 순순히 신원을 밝히고 체포에 응했다.
경찰은 데나로가 태어난 곳이자 세력 기반이었던 시칠리아섬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은신처 3곳을 발견했다.
3곳 모두 트라파니 지역의 캄포벨로 디 마자라 마을에서 수백 미터 반경에 있었다.
경찰은 첫 번째 은신처에서 '코사 노스트라'의 문서, 디자이너 의상, 비아그라 등을 발견했고, 두 번째 은신처에선 보석과 다른 귀중품을 찾아냈지만 세 번째 은신처는 텅 비어 있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데나로가 마피아 중간급 간부들의 비호를 받으며 주기적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은신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데나로는 1992년 마피아 단속을 주도했던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 살해 사건 및 1993년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라노·로마·피렌체 폭탄 테러 사건, 같은 해 전 마피아 조직원의 증언을 막기 위해 그의 12살 아들을 납치해 2년 넘게 감금한 뒤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등 수많은 범죄 혐의를 받으며 1993년부터 일급 수배범 명단에 올랐다.
"내가 죽인 시체만 모아도 공동묘지 하나는 만들 수 있다"며 주장했던 데나로는 2002년 궐석 재판으로 이미 종신형이 선고된 상태다.
현재 데나로는 이탈리아 중부의 라퀼라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법원은 데나로가 화상으로 출석한 가운데 항소심 공판을 열 예정이었으나 데나로가 이를 거부해 재판 절차는 3월 9일로 연기됐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