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 이후 최고 3%대 중반…'금리 노마드족' 유인 적어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데 따라 증권사들도 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지만, 저축은행의 파킹통장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주요 증권사들은 전 유형 CMA 가운데 잔고 비중이 가장 큰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지난 17일부터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RP형 CMA 금리를 연 2.85%에서 3.10%로 올렸고,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도 RP형 CMA 금리를 연 3.00%에서 3.20%로 0.20%포인트 인상했다.
NH투자증권[005940]은 16일부터 RP형 CMA 금리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높은 연 3.10%로 변경했으며, KB증권과 삼성증권[016360] 역시 같은 날부터 연 3%대 금리에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030210], 현대차증권[001500] 등 중소형사들도 최근 RP형 CMA 금리를 기존보다 0.20%포인트∼0.25%포인트 올려 현재는 연 3.40∼3.45%에 달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잇따라 CMA 금리를 올렸지만, 연 3%대 중반 금리는 고금리 시대 '금리 노마드족'으로 변신한 고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리 인상 전인 이달 13일 RP형 CMA 잔고는 23조5천822억원이었으나 약정 수익률(금리)이 일제히 인상되고 난 뒤인 17∼19일 사흘간 일평균 잔고는 23조4천624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발행어음(CP)형 CMA 잔고 역시 이달 초엔 12조960억원이었으나 꾸준히 감소해 지난 18일엔 11조3천974억원으로 줄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파킹통장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면서 증권사 CMA만의 장점이 희석됐다고 보고 있다.
파킹통장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통장으로, 일부 저축은행에선 최고 연 5%대 금리를 적용해 경쟁적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파킹통장 'OK읏백만통장Ⅱ'는 5천만원까지 금액에 따라 연 4.00∼5.50% 금리를, 에큐온저축은행의 모바일앱 전용 파킹통장 '머니쪼개기'는 3천만원까지 연 4.30% 금리를 제공한다.
반면 CMA 중 가장 금리가 높은 발행어음형 CMA 금리는 이보다 낮은 3.70∼3.80% 수준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4곳만 발행어음형 CMA를 취급할 수 있다.
다올저축은행이 이달 20일부터 비대면 전용 파킹통장 'Fi저축예금' 금리를 연 3.80%에서 3.50%로 내리는 등 일부 저축은행들이 파킹통장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CMA는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 CMA로 자금이 이동할 유인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엔 안전자산인 채권도 4∼5%대 금리를 제공하다 보니 비교적 금리가 낮은 편인 CMA에 자금을 넣어두는 고객이 줄고 있다"며 "다만 은행 파킹통장 금리도 내려가고 있어 이런 추세가 오래가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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