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완공 후 균열 수천 개…파키스탄·우간다서도 中발전소 말썽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에콰도르가 중국 기업에 맡겨 건설한 최대 수력발전소가 완공 후 10년도 안 돼 붕괴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목표로 세계 곳곳에 건설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정작 기술력 부족으로 현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콰도르에선 건국 이후 최대 건설 프로젝트였던 코카코도 수력발전소가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발전소는 에콰도르가 27억 달러(약 3조3천억 원)의 건설비 중 85%를 중국개발은행에서 이율 6.9%에 빌려 건설했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수전'은 수백 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현지에 불러들여 2010년부터 2016년에 걸쳐 공사를 진행했지만, 완공 직후부터 문제점이 발견됐다.
댐에서 수천 개의 균열이 확인돼 붕괴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수도 키토에 위치한 산프란시스코대학의 공학자 파브리시오 예페스는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댐이 당장 내일 무너질지, 혹은 6개월 후에 무너질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에콰도르의 전력회사는 중국이 수력발전소에 설치한 8개의 철제 터빈에서도 1만7천 개의 균열을 발견했다.
에콰도르 측은 중국제 철강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기 이전에 이 같은 하자가 모두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페리난도 산토스 에너지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엉망으로 지어진 발전소는 죽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균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리 작업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콰도르 검찰은 중국 차관을 받고 댐을 건설한 전 정권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집권 기간 중국으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180억 달러(약 22조2천억 원)의 차관을 도입했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부패 혐의로 기소됐지만, 벨기에로 망명했다.
검찰은 코레아 정권 고위인사 주변 인물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로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중국 국영기업 사무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WSJ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문제점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터빈에 물을 공급하는 터널에서 균열이 발견된 닐룸-젤룸 수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업체가 발전소를 완공한 지 4년 만에 가동이 중단되면서 파키스탄 정부는 매달 4천400만 달러(약 544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우간다도 중국기업이 지난 2019년 나일강에 건설한 수력발전소에서 500개 이상의 결함을 발견했다.
또한 중국이 우간다에서 건설 중인 또 다른 수력발전소는 균열을 비롯해 불량 케이블 설치 등의 문제로 완공 시기가 3년이나 늦춰지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간다 정부는 올해 초 중국에 예정대로 차관을 갚았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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