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를 위한 사법개혁 중단 촉구…전직 검찰총장 등도 가세
경찰, 시위대 도로점거 허용 "표현·저항의 자유 보장할 것"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의 '사법개혁' 추진에 맞선 시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저녁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토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지난 7일 시작돼 3주째를 맞은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날 텔아비브 카플란로에서 열린 시위에는 최소 11만 명, 텔아비브 하비마 광장에도 1만여 명이 모여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를 성토했다. 또 중부 도시 하이파 집회에는 6천여 명, 예루살렘에서도 4천여 명이 시위에 동참했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도한 시위에는 전직 검찰총장 등 법조인들과 일반 시민들도 대거 참여했다.
전직 검찰총장 디나 질베르는 "사람들이 여기 모여 그들의 발걸음으로 투표를 하고 있다"며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2017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데이비드 그로스만은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이 나라에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이 고국에서 외국인이 된 것처럼 느낀다면 분명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개탄했다.
성 소수자 단체 아구다의 힐라 페에르 회장은 "정부의 회의 테이블에 올라 있는 증오와 성 소수자 혐오증, 우리의 권리를 짓밟는 정부 시스템 변경 시도에 맞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며 "우리는 단 1㎜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연립정부는 대법원의 권한을 축소해 정부의 삼권 분립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사법 개혁을 추진 중이다.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심사 권한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다른 법률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 결정도 단원제 국회(크네세트)의 단순 과반 의결로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법 개혁안의 골자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이런 사법개혁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력화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적 쿠데타'라고 비판해왔다.
또 연정에 참여하는 극우 성향의 장관들은 종교적으로 민감한 동예루살렘 성지 도발과 팔레스타인 압박 정책으로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날 경찰은 시위 현장 주변에 병력을 배치했지만, 시위대의 도로 점거 행위 등을 제지하지 않았다.
코비 야브타이 이스라엘 경찰청장은 "모든 시위 현장에 경찰력이 배치됐다. 이는 질서를 유지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저항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 경찰 책임자인 아미 아샤드는 시위대의 고속도로 점거를 허용할 것이며, 군중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을 관할하는 극우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앞서 시위대의 도로 점거를 엄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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