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위해 샌프란 내줄까…北의 본토타격 가능성 탓"
"'미군철수 으름장' 트럼프 재선 리스크도 불안 자극"
전문가, 이스라엘과 비교…"핵보유가 안보 정답은 아냐"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의 유력 언론매체가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과거와 달리 진지하게 제기되는 배경을 조명했다.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한국인이 미국의 핵우산에 신뢰를 잃어가는 이유'라는 인터넷판 톱기사에서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핵무기 보유 주장은 진지하게 보도되지 않는 비주류적 주장이었지만, 이제는 주된 쟁점이 됐다"고 주목했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자체 핵보유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한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일련의 저명한 학자들도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CNN은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마저 해당 견해를 제시했다"면서 통상 핵우산으로 불리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 됐다고 해설했다.
이 매체는 "현재 한국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지원할 의무가 있는, 핵우산도 포함한 확장억제전략의 범위 내에 있다" "이는 일부에게는 충분히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의 '지원'이 이뤄질지와 관련한 세부 사항이 전체적으로 명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CNN은 이런 상황과 관련해 "미국이 핵전쟁 발발시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제기돼 왔다는 점을 소개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그 목표에 점점 다가선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CNN은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거론한) 해묵은 의문이 잘 나타내 보이듯 미국 정부는 자국 본토에 대한 보복 핵공격 가능성에 직면한다면 개입을 제한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미국이 왜 한국을 지켜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인 데 이어 최근 2024년 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한국인의 불안을 자극한 요인으로 평가됐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예전만큼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한국)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이 한국에 다르게 접근할 행정부를 재차 선출할 가능성을 마음 한구석에 놓아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CNN은 신뢰 상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CNN은 미국 정부가 최근 윤 대통령이 거론한 한국의 자체 핵보유나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둘다 반대한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과 합동핵연습을 논의 중이라고 발언했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각종 제재로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는 등 각종 문제에 시달릴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의 안보가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의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이스라엘을 보면 핵무장을 하고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 걸 두려워한다. 이스라엘의 핵무기가 이란 핵무기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상쇄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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