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감염자 11억'…정부계통 전문가발 첫 수치 제시 주목

입력 2023-01-23 12:12   수정 2023-01-23 13:22

'中 감염자 11억'…정부계통 전문가발 첫 수치 제시 주목
집단면역 조기달성 따른 긍정효과 존재 동시에 사망자수 논란 증폭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 통계 불투명성 논란속에, 정부 관련 인사의 입을 통해 '11억 명'이라는 구체적인 누적 감염자 수치가 처음 제시돼 눈길을 끈다.
우쭌여우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감염병학 수석 전문가는 2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인구의 약 80%가 이미 감염됐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7일 발표한 지난해말 기준 중국 인구는 약 14억1천175만 명이기에 80%는 약 11억2천940만 명이다.
지난달 7일 중국의 대대적 방역 완화 이후 중국에서 감염자가 폭증했다는 것은 외부 세계는 물론 중국 정부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전수 PCR검사를 중단하면서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며 감염자 통계 공개를 최근 중단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감염됐는지는 '물음표'였다.
이번 우쭌여우의 언급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며, 감염자 중 PCR검사를 받아 정부 통계에 집계되는 사람 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신력을 부여하더라도 '추산치'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산하 기구인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코로나19 관련 수석 전문가의 글에서 '인구의 약 80%'라는 구체적 수치가 나온 것은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우쭌여우는 최근 중국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위원으로도 뽑혔고, 정부의 방역 관련 공식 기자회견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1개월반만에 어떻게 11억이 감염됐을까
우선 지난해 12월7일 10개항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이전까지 3년 가까이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집행하며 전세계에서 인구대비 감염자 비율이 가장 적은 축에 속했던 중국에서 불과 1개월반만에 11억 명 넘는 감염자가 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관측통들은 오미크론의 가공할 전파력이 바이러스 전파에 유리한 겨울 날씨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과 함께, 중국 정부 정책 요인을 꼽는다.
중국 정부는 작년 12월7일을 기해 전수 PCR검사 폐지, 감염자의 자가격리 허용, 지역간 이동 제한 폐지, 공공장소에서의 건강코드 스캔 의무 폐지(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 추적 포기를 의미) 등 주요 조치를 전국적으로 일거에 단행했다.
지역별, 구체적 조치별로 시간차를 두지 않고 전국적으로 일제히 방역을 완화했기에 작년 12월7일은 중국이 약 3년을 이어온 '제로코로나' 정책에서 '위드코로나'로 급전환한 날로 평가된다. 3년간 숨 막힐 정도로 집행해온 봉쇄 중심의 고강도 방역 조치가 유예기간 등 '완충장치' 없이 일거에 폐지된 것이 감염 확산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1억 감염'의 '명암'
'11억 감염'이라는 수치는 그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자국내 주종인 오미크론 계열 BA.5.2와 BF.7 변이 등에 관한 한 어느 정도 집단 면역을 달성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다수의 국민이 일제히 단기간내 감염된 뒤 회복돼 항체를 갖게 됨으로써 각종 생산활동을 포함한 경제생활의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신종 변이 유입에 따른 재감염이 있을 수 있지만 우쭌여우는 "2∼3개월 안에 전국적으로 비교적 큰 규모의 감염병이나 제2의 감염병 파동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최소한 2개월 정도는 대비할 시간을 벌어둔 상태임을 시사했다.
반면 감염자가 11억 명을 넘겼다면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한 실제 사망자 수가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병원내 사망자' 수치를 크게 상회하리라는 관측에 더 무게를 싣는 측면이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15일과 22일 두차례 발표를 통해 지난해 12월 8일부터 1월19일까지 중국 본토 전역의 병원 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7만 2천여 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감염자가 11억명이라면 통상 0.1∼0.2% 수준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계열 변이의 치명률을 대입할 경우 최소 110만 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물론 정부 당국 발표는 '병원 내 사망'으로 국한했지만 실제 사망자수와의 괴리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홍콩대 연구진은 4차 백신 접종과 항바이러스제 보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한 상태에서 중국이 전면적 일상 회복을 추진하면 중국 전역에서 "100만명 당 684명꼴로 사망할 수 있다"며 전체 중국 인구 중 100만 명 가까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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