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 20년전 '무슬림 대학살 사건'과 모디 책임론 담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과거 행적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의 온라인 유통을 막았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칸찬 굽타 인도 정부 고문은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 중인 해당 다큐멘터리 영상을 막기 위해 인도 정부가 정보기술(IT) 규정에 따른 비상 권한을 발동했다고 말했다.
굽타 고문은 BBC월드가 제작한 이 영상물에 대해 '다큐멘터리로 위장한 적대적 선전물이자 반인도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유튜브와 트위터에 영상과 링크된 사이트를 차단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튜브와 트위터는 정부의 명령을 따랐다고 굽타 고문은 덧붙였다.
앞서 BBC방송은 최근 '인도:모디 문제'라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했고 공식 방영을 하지 않은 인도에서는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공유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2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무슬림 대학살 사건'과 당시 주총리였던 모디의 책임론을 다뤘다.
당시 사건은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힌두교도 59명이 열차 화재로 숨지면서 촉발됐다.
사건 후 화재 원인이 이슬람교도의 방화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무슬림에 대한 힌두교도들의 무차별 학살이 시작됐다.
며칠 만에 약 1천∼2천명의 무슬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경찰은 수수방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도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총리가 이끌던 구자라트 주정부는 편파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BBC 다큐멘터리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모디 주총리가 경찰 간부를 만나 해당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모디 총리가 이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이후 해당 사건으로 여러 번 조사를 받았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혐의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한편, 인권운동가와 야권 사이에서는 모디가 2014년 연방 정부 총리 자리에 오른 후 인도의 종교 간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오자 최근 모디 정부는 힌두 지지세력 결속 강화를 위해 무슬림 등 소수 집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외신 등은 지적한다.
인도의 힌두교도는 14억명의 전체 인구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한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중은 각각 14%와 2%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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