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러 국기 휘날리며 "프랑스군 꺼지라"
푸틴측근이 쿠데타정권 호위…'관계단절' 말리 전철 밟나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군부 정권이 자국에 주둔한 프랑스군의 철수를 프랑스 정부에 요구했다고 CNN 등 외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르키나파소 군사 정부는 이달 초 자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추방했으며, 18일에는 자국 내 프랑스군 주둔의 근거가 된 2018년 협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지난 20일에는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프랑스군 주둔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프랑스 군대는 우리 집에서 나가라", "부르키나파소와 러시아의 우정"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일부는 자국 국기와 함께 러시아 국기를 들고나왔다.
지난해 12월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은 부르키나파소 군부 정권이 러시아 용병회사 와그너에 병력을 요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르키나파소 정부는 가나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등 이런 주장을 표면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신들은 부르키나파소가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프랑스와 관계를 끊은 말리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군은 2013년 말리 북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몰아낸 뒤 서아프리카 반건조 사헬 지역에 주둔해왔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 니제르 등 사헬 지역 국가에 주둔한 프랑스군 병력은 많을 때는 5천100명에 달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프랑스군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서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불안한 정세 속에 군부 쿠데타가 잇따르면서 이들과 손을 잡은 러시아의 영향력이 점점 커졌다.
특히 말리에서는 군부 세력이 2020년 8월과 2021년 5월 두 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과 손을 잡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양국 간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면서 프랑스는 지난해 8월 철군을 단행했다.
부르키나파소 역시 지난해 1월 쿠데타 정권이 들어선 뒤 소요가 지속되면서 와그너 그룹의 다음 표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서방은 와그너 그룹이 국제사회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등 궁지에 몰린 정권을 도와 힘을 싣고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이권을 안기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의심한다.
와그너 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용병 집단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참전 중이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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