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탕핑 공무원, 당과 국가 망치는 해악…엄정 척결"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직무 태만 공무원의 행태를 직격한 중국중앙TV(CCTV)의 춘제 특집 TV쇼가 중국인들의 열띤 호응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고 북경청년보 등 현지 매체가 23일 보도했다.
춘제 전야인 지난 21일 밤 방영된 CCTV의 춘제 특집 버라이어티쇼 '춘완'(春晩)의 코미디 단막극 '갱(坑)'은 도로에 파인 웅덩이를 6개월째 복구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부서에 떠넘기는 하오 국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탕핑(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이 만연한 중국 공직사회의 실상을 풍자했다.
하오 국장은 "나의 신조는 '일을 많이 할수록 실수가 많고, 적게 하면 실수가 적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새로 부임한 상사가 신분을 속이고 웅덩이에 빠졌다고 항의하자 그는 "내가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중이 도로의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이 코미디 단막극은 방영된 지 사흘째인 23일까지 관련 해시태그가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조회 수가 8억 건을 넘는 등 올해 춘완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다.
누리꾼들은 "일하기 싫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무원들의 실상을 반영했다"며 "근래 춘완 프로그램 가운데 대중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한 작품이다. 속이 후련하다"고 평했다.
한 누리꾼은 "춘완이 마침내 대중의 편에 서서 부조리를 고발하고 나섰다"고 반겼다.
'대중이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는 하오 국장의 발언은 중국의 '백지 시위'를 촉발한 작년 11월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 당시 현지 공무원들의 태도를 꼬집은 것이라는 누리꾼들의 해석도 나왔다.
당시 방역 통제를 위해 쇠사슬로 아파트 출입구를 봉쇄, 소방차 진입이 늦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자 일부 공무원은 "사고를 예방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며 참사 책임을 피해 주민들 탓으로 돌렸다.
1983년부터 춘제 전날 밤 5시간가량 CCTV와 온라인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춘완은 중국인들의 춘제 맞이 관행이 됐으며 매년 170여개 국에서 12억 명 이상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파급력을 의식한 듯 중국 최고 사정당국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춘완 방영 직후인 22일 새벽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을 통해 "탕핑 간부들은 당과 국가의 발전을 망치고 민생 복지를 해치며, 대중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며 "엄정한 규율 집행과 문책을 통해 탕핑 관행을 엄정히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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