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협 무력 충돌 시 장거리 대함 미사일 1주일만에 소진"
대외군사판매 간소화·동맹과 공동생산·주요무기 전략비축 제안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와 탄약을 보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방위산업 기반이 약한 상태여서 중국과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미 싱크탱크가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3일(현지시간) '전시 환경에서 텅 빈 무기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이 현재의 복잡한 안보 환경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CSIS는 미국의 방위산업이 평시에나 적합한 상태라며 대만 해협에서 중국과 전쟁 등 대규모 지역 분쟁이 일어나면 탄약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미국 방위산업의 심각한 취약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냈다.
급한 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려고 봤더니 미국의 재고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무기를 대량 생산할 여력도 없었던 것이다.
특히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155mm 곡사포와 포탄,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등의 재고가 부족했다.
CSIS는 미국이 작년 8월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블린이 7년 치 생산량에 해당하며 스팅어는 지난 20년간 미국 밖에 판매한 물량에 버금간다고 추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올해 1월까지 155mm 포탄 107만4천발을 제공했으며 물량이 부족해지자 105mm 곡사포와 포탄을 대신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무기와 탄약을 생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일부에 대해서만 방위 산업체와 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CSIS는 우크라이나는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인도·태평양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전쟁에 대비하는 게 더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CSIS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와 러시아·이란·북한의 계속되는 위협까지 미군은 최소 하나 또는 두 개의 대규모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력한 방위산업과 충분한 무기·탄약 재고가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지만, 미국은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지 않았고 따라서 억제력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언제 대만을 침공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무기 생산을 늘리는 데 필요한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생산 확대가 너무 늦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CSIS는 대규모 지역 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군이 계획보다 많은 양의 탄약을 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CSIS가 대만 해협에서 미중 전쟁 상황을 모의한 결과 미국은 개전 3주 이내에 5천발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했다.
특히 중국의 방공망 밖에서 함정을 타격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장거리대함미사일(LRASM)은 일주일 만에 전부 소진됐다.
LRASM을 생산하는 데 거의 2년이 걸리지만 2023 회계연도 미 국방예산은 88발 구매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CSIS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유럽의 동맹국도 무기 재고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탄약 생산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최첨단 무기 장비를 미국보다 5∼6배 빠른 속도로 확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CSIS는 동맹국이 미국의 무기에 크게 의존하지만, 미국이 외국 정부에 무기를 판매할 때 적용하는 대외군사판매(FMS)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무기를 인도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FMS는 미국 방위산업이 미국 정부 외 고객을 확보해 영업 기반을 유지하고 단위당 생산비용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주요 동맹국에 대해 관련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CSIS는 주장했다.
CSIS는 방산업체가 무기·탄약 생산에 필요한 시설 등에 장기 투자할 유인이 생기도록 미국 정부가 업체와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핵심 부품과 원료 조달처를 늘리는 등 방위 산업계 공급망을 강화하고 주요 무기·장비를 전략적으로 비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국방부가 전시 수요를 예측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무기 생산과 획득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비상 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장했다.
또 미국이 일본, 호주와 SM-6 요격미사일 부품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함께 생산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주요 동맹과 무기를 공동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얼라이쇼어링'(ally-shoring)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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