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추방될까 두려워…와그너그룹 전쟁범죄 폭로할 것"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최근 노르웨이로 탈출한 사실이 알려진 러시아 민간 용병단체 와그너그룹의 전 지휘관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북극 지역 국경을 넘어 노르웨이로 탈출한 와그너 부대 지휘관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가 지난 22일 한 호텔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메드베데프의 노르웨이 변호사인 브린율프 리스네스는 메드베데프가 노르웨이에 도착한 이후 거주하던 은신처 여건을 두고 경찰과 의견 충돌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체포돼 구치소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리스네스는 "메드베데프가 은신처에 있는 것을 거부한다면 경찰은 그를 내보내거나 구금해야 한다"며 "경찰과 협의해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가디언과의 전화 통화에서 노르웨이 경찰에 체포된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수갑을 찬 채로 이송됐으며 러시아로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 경찰도 이날 메드베데프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메드베데프가 러시아로 송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며, 그를 구금하기 위해 법원 결정을 구할지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돼 싸운 와그너 그룹 용병 가운데 국외로 도피한 최초 인물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와그너 그룹 용병들이 명령 불복종으로 즉결처형되는 등 여러 전쟁범죄를 목격했으며, 와그너 그룹과 그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폭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인권단체 '굴라구'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첫 번째로는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다음으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기 위해 탈출했다"고 말했다.
고아 출신으로 절도범으로 복역했던 그는 출소한 뒤 지난해 7월 와그너 그룹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개월 계약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갔지만 자신의 동의 없이 계약이 계속 연장되자 탈영했다고 한다.
메드베데프는 이후 러시아에 잠적해 있다가 지난 13일 러시아와 노르웨이 북극 국경 철조망을 넘어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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