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해친 아주 위험한 노인'…실체 드러나는 미 총기난사범

입력 2023-01-24 11:09   수정 2023-01-24 14:46

'노인들 해친 아주 위험한 노인'…실체 드러나는 미 총기난사범
사망자 11명 중 대부분이 60∼70대 노인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음력설 전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몬터레이 파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노인이 노인들을 무더기로 살해한 사건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 희생자 11명 중 대부분이 60∼70대 노인이었고, 용의자 휴 캔 트랜도 72세였다.
로이터통신은 사건 속보를 전하면서 "70세가 넘은 사람이 이같은 총기난사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21명이 목숨을 잃은 텍사스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최악의 총기 참사로 거론되고 있다.
AP통신은 트랜이 최근 20년간 미국 다중살해범(타인 4명 이상을 살해한 경우) 중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인물이라고 전했다.
트랜보다 고령인 다중살해범은 2011년 애리조나주 유마 카운티에서 5명을 해친 73세 남성이었다.
이 밖에 2017년 10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공연장에 총기를 난사해 58명의 목숨을 빼앗은 스티븐 패덕이 범행 당시 64세로 비교적 고령이었다.
트랜은 지난 21일 밤에 몬터레이 파크의 댄스 교습소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총 11명이 숨졌다.
트랜은 당시 교습소 안팎에서 대용량 탄창이 달린 권총으로 총 42발의 총알을 발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희생자는 주차장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까지 검시관실에 의해 이름과 나이 등 신원이 공개된 희생자는 57세, 63세, 65세 여성과 68세 남성이다. 경찰은 나머지 사망자들의 신원은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모두 60∼70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은 음력 설을 맞아 교습소에서 중장년 중국인들이 야외에서 즐겨 추는 '광장무'를 연습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계 주민이 주인인 이 교습소는 중국계 외에도 러시아계, 쿠바계 등 라틴아메리카계 주민들도 사교 모임 장소로 즐겨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용의자 휴 캔 트랜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면서 그가 고령이었으나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다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와 CNN 등에 따르면 그는 1990년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의 이동식 집을 압수수색해 장총과 수백개의 탄알을 발견했으며, 그가 총기용 소음기를 직접 만들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트랜이 일부 피해자를 조준사격한 정황이 발견된 점에서 일부 회원들과 갈등을 빚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변인들은 트랜이 평소 조용하지만 때때로 다혈질적이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댄스 교습소의 단골이었는데, 댄스 강사 등에 대해 "뒤에서 나의 험담을 하고 있다"며 불평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고 한다.
일각에선 댄스 교습소 측이 행사를 열면서 트랜을 배제해 질투심에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트랜이 주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정황도 나오고 있다.
헤메트 경찰서는 트랜이 이달 7일과 9일 이 경찰서에 찾아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그의 가족이 연루된 10∼20년 전 과거의 사기, 절도, 독극물 사용 범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트랜은 가족이 자신을 독살하려고 했다며 이런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갖고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엔 나타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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