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세부 상황 달라도 여론이 보기엔 경계 흐릿"
공화당 '내로남불' 맹공…"민주당, 백악관 대응에 점점 불만"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저에서 기밀 문서가 발견되자, 대선 가도에서 걸림돌에 직면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사저에서 지난해 8월 기밀 문서가 나와 정계가 발칵 뒤집힌 지 다섯 달 만에 바이든 대통령도 유사한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비슷하다"는 것이 NYT 진단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문서 유출은 특검 수사에서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곤경에서 모면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지금껏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기밀 유출을 빌미 삼아 정치 공세를 퍼부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서 앞으로는 이 사안을 꺼내들 여지가 줄어들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수사해온 검찰 입장에서도 형사 기소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기밀 문서 유출은 세부 정황에서는 사뭇 다른 점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 사무실에서 지난해 11월 2일 부통령 때 기밀문서가 발견된 사실이 이달 공개되면서 수색에 기꺼이 응했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색을 거부하다 영장 발부까지 갔던 것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선임 고문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수사가 끝나면 바이든 사건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종결될 것 같다"면서도 "트럼프 사건은 훨씬 심각하고 판이한 양상이지만, 여론이라는 재판정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특검 수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문서 유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이런 경계는 더 흐려질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민주당은 이미 백악관의 미온적 대응에 점점 불만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찌감치 바이든 진영을 상대로 '내로남불' 공세에 나섰다.
그는 "바이든은 실제로는 그가 저지른 범죄로 나를 몰아세우려고 미국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법무부를 무기 삼아 휘둘렀다"면서 "나는 올바른 일만 했고, 바이든은 잘못된 일만 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에서도 태세 전환에 나섰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과 관련해 좌불안석이던 공화당은 이제 바이든의 '행실'을 문제 삼으며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나쁘다는 주장까지 내놓는 실정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하원의원인 낸시 메이스는 22일 NBC 방송에서 "그들은 매우 비슷하지만, 차이도 있다"면서 기밀 문서를 유출한 것은 둘 다 잘못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이던 6년 전 유출된 기밀 문서가 숨겨진 채 아무도 몰랐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 내 여론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부적절하게 취급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22일 나왔다.
ABC 방송과 입소스가 20∼21일 미국의 성인 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 시절 기밀 문서를 부적절하게 다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가 그렇다고 답했다.
적절하게 취급했다는 답변은 34%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적절하게 다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7%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적절하게 취급했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취급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이 더 문제라는 반응은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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