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유럽 탱크 지원에 신중 입장 선회…젤렌스키 생일 맞춰 발표
인도까지는 수개월 소요…"러시아 공격 의도는 없어" 선 긋기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지금까지의 신중한 입장에서 선회해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간절하게 요구해온 무기체계 가운데 전투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부 지원한 셈이 됐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다수의 탱크를 지원하기로 한 것과 동시에 나왔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우수한 기동성과 화력을 갖춘 탱크를 다량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31대의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할 것"이라며 "되도록 빨리 (탱크 사용을 위한)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탱크대대는 31대로 편성되는 만큼 이는 1개 대대분에 맞춘 지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NATO 정상들과 이날 오전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견고하게 뭉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라며 "러시아에 대한 공격 의도는 없다. 러시아군이 러시아에 머문다면 이 전쟁은 오늘 끝날 것이며, 전쟁 종식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의 지원이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길 바라겠지만, 틀렸다"며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 우리는 단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이 발표된 이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45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이 사실도 거론했다.
미 육군의 주력탱크인 에이브럼스는 120mm 주포와 50구경 기관총, 7.62mm 기관총을 장착했다.
1천500마력 가스터빈엔진을 탑재해 최대 시속 42마일(약 67km)로 주행할 수 있다.
에이브럼스 탱크는 연료로 경유, 휘발유, 제트유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주로 가장 고급연료인 제트유를 사용하며, 한번 완전 급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최대 265마일(약 426km)로 길지 않다.
그동안 미국은 에이브럼스 탱크가 사용하는 제트유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조달이 더 어려운 점 등을 내세워 에이브럼스 탱크의 관리·운영이 비싸고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보여왔다.
고위당국자는 미 국방부가 탱크를 관리·운영하는데 필요한 연료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고장 난 탱크를 견인하는 M88 구난전차 8대도 함께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에이브럼스가 러시아가 주로 사용하는 T-72, T-80, T-90 탱크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고위당국자는 "자랑스럽게도 에이브럼스 탱크는 세계 최고"라며 "이 엄청난 새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장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군의 재고 물량이 아닌 새 탱크를 조달해서 지원하는 것이라 우크라이나가 실제 탱크를 받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라고 고위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탱크 사용법에 숙달하도록 교육·훈련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와 치열한 소모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려면 탱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탱크 제공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이 자국 레오파드2 탱크를 지원하려면 미국도 에이브럼스 탱크를 보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동맹의 압박이 시작됐다.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탱크 지원으로 선회한 이유에 대해 "전쟁 양상이 달라지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역량도 진화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개활지에서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 기갑부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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