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타고 이동하는 디즈니월드 '스플래시 마운틴' 30년 만에 폐쇄
팬들, 마지막 날 3시간 넘게 줄 서서 '고별 탑승'…물 떠다 팔기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 디즈니월드의 인기 놀이기구가 인종차별 논란 끝에 30년 만에 문을 닫고 '흑인공주'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새 단장에 들어갔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CNN, NPR 등 미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에 있는 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이 지난 22일을 끝으로 폐쇄됐다.
스플래시 마운틴은 통나무 모양의 보트를 타고 수로를 이동하다 급경사를 내려가는 방식의 '후룸라이드'(Flume ride) 놀이기구로 1992년 디즈니월드에 설치된 이후 30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인종차별 요소가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남부의 노래'를 테마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불거졌고, 흑인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과 맞물려 2020년 개보수 결정이 내려졌다.
1946년 작인 '남부의 노래'는 남북전쟁 이후 재건 시대 조지아주 농장을 배경으로 백인과 흑인의 우정을 다뤘는데,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을 담고 남부의 노예 농장 생활을 미화했다는 지적에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도 중단된 상태다.
스플래시 마운틴에는 '남부의 노래'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형이 보트 이동 경로 곳곳에 등장해 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부른다.
이 때문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디즈니는 2020년 6월 디즈니 테마파크에 있는 스플래시 마운틴의 테마를 '공주와 개구리'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공주와 개구리'는 디즈니 역사상 첫 흑인 공주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뉴올리언스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여는 것을 꿈꾸는 흑인 소녀 티아나가 주인공이다.
디즈니월드의 스플래시 마운틴은 24일부터 새 단장 작업에 들어갔으며 '티아나의 늪지대 모험'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에 1989년 설치된 스플래시 마운틴도 올해 안으로 문을 닫는다. 역시 '공주와 개구리' 테마로 변경 작업을 거쳐 내년 중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다만 일본 도쿄 디즈니 리조트에 있는 스플래시 마운틴의 테마 변경에 대해서는 디즈니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디즈니월드의 스플래시 마운틴에는 마지막으로 운영일인 22일 수많은 팬이 몰려 3시간 넘게 줄을 서는 등 '고별 탑승'을 즐겼고, 전경과 탑승 모습 사진·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아쉬움을 표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는 '#안녕스플래시마운틴' 해시태그의 동영상이 17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이베이에는 스플래시 마운틴에서 몰래 떠온 물을 병에 담아 파는 판매자들도 여럿 등장했으며 일부는 경매 시작가를 한 병에 5천 달러(약 615만원)로 올리기도 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