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개 종목서 호가공백 메우기→호가상승→주문취소 반복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 첫 제재…금융위 "시장위험 관리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 시타델증권이 국내에서 초단타 매매로 시장질서를 교란한 혐의가 인정돼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시타델증권에 과징금 118억8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선위에 따르면 시타델증권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국내 주식 총 264개 종목(총 6천796개 매매구간)에서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한 점이 인정됐다.
시타델증권은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 기법으로 유명한 미국계 증권사다.
초단타 매매로도 불리는 고빈도매매는 컴퓨터가 짧은 시간에 수많은 주문을 내는 알고리즘 매매 기법의 일종이다.
국내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를 수행하다가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시타델증권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시타델증권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순간적으로 주문을 내놓는 알고리즘 거래 방식으로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쏟아내고 호가 상승을 유발한 뒤 단시간에 주문을 취소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물량소진 매수주문으로 호가공백을 인위적으로 만든 뒤 지정가 매수주문을 제출하는 '호가공백 메우기'로 호가 상승을 유발하고 다시 주문을 취소하는 방식을 단시간에 집중적·반복적으로 수행했다고 증권위는 판단했다.
실제로 2018년 5월 오전 10시께 A 종목이 약 1분 새 3.5% 오르는 동안 시타델증권은 고가·물량소진 매수주문 19회, 호가공백 메우기 주문 15회 등 총 34회의 매수 주문을 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타델증권은 주문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시장접근(Direct Market Access·DMA) 방식을 사용했다.
이는 투자자가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직접 주문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일반투자자보다 신속하게 호가 및 체결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시타델은 해당 기간 하루 평균 1천422개 종목을 대상으로 5천억원이 넘는 규모의 거래를 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외에 무차입 공매도 규제 위반으로도 약 1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고 증선위는 밝혔다.
증선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취지, 한국 주식시장 특성, 거래시간·횟수·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시타델증권의 매매 양태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또 "고빈도 매매전략을 행함에 있어 한국 주식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고, 알고리즘 매매의 구체적인 전략을 파악할 수 있는 소스 코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의 과정에서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시장위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를 하려는 투자자는 거래소에 사전 등록을 해야 하며, 거래소는 등록 거래자별로 별도의 식별코드를 부여해 거래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3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4월 25일부터 등록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또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기준'을 활용해 증권사들이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를 활용한 고객의 불건전행위를 자체적으로 예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밖에 고빈도 알고리즘을 활용한 이상 거래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을 한국거래소에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중장기적으로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알고리즘 매매 관련 불공정 거래행위 규율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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