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간섭하며 반정부시위 조장"…野의원 20명, 현 대통령 탄핵안 발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50일 가까이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는 페루에서 의회가 '내정 간섭'을 이유로 이웃 나라인 볼리비아 전 대통령에 대한 입국 금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페루 의회는 26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전 대통령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 선언 의결안을 재적 의원 과반 찬성(찬성 74표, 반대 40표·기권 4표)으로 가결했다.
의회는 "에보 모랄레스 씨는 페루 남부 지역에서 불균형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선동으로 우리나라의 내부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이는 페루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밝혔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되면 입국이 금지된다.
지난해 12월 7일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과 구금으로 촉발된 페루의 반정부 시위는 특히 농촌 지역에서 격화하며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남부 티티카카 호수 인근 푸노 지역에 밀집해 있는 아이마라 원주민이 있다.
아이마라 원주민은 탄핵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석방과, 후임 대통령인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 사임, 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는데, 페루 정부는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배후에서 푸노 시위대에 불법 무기를 지원하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루 정부는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의 최근 언급을 문제 삼아 호르헤 라포 주온두라스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서 볼루아르테 대통령 집권을 '쿠데타'라고 언급한 바 있다.
페루 외교부는 나아가 멕시코와 볼리비아 등 자국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주변국 대사를 상대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페루 야당 소속 의원 20여명은 전날 '영구적인 도덕적 무능'을 사유로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번 안은 다만, 소수 의원의 움직임이어서 실제 표결까지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관측이다.
페루에서 대통령 탄핵안은 의회 재적의원(130명) 5분의 2인 52명 이상이 찬성해야 표결에 부칠 수 있고, 이후 3분의 2 넘는 87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때에는 의결정족수를 훨씬 넘긴 101명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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