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탱크 100대 받는 우크라…'금기' F-16까지 희망 목록에

입력 2023-01-27 11:20   수정 2023-01-27 14:33

서방 탱크 100대 받는 우크라…'금기' F-16까지 희망 목록에
독일 "논의 없다" 선긋지만 네덜란드는 "금기 없다" 여지
NYT "전투기 불가론, 에이브럼스 지원 반대 논리와 같아"
英 "챌린저2 전차 3월말 전달"…러 매체 "이빨빠진 고양이" 폄하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서방의 주력 전차 약 100대를 확보하게 된 우크라이나가 다음 희망 사항으로 전투기 지원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의 항공 전력은 운용 대수나 사거리, 전투력 등 모든 면에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기존 소련제 전투기들에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전날 미국과 독일이 각각 M1 에이브럼스 및 레오파르트2 전차 지원을 결정하자 트위터에 "우리는 서구형 전투기라는 새로운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의회의 올렉시 곤차렌코 의원도 이날 러시아의 공격으로 최소 11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을 놓고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상공으로 또 미사일이 날아왔다"며 "F-16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생산해 여러 동맹국에서 주력 전투기로 운용되고 있는 F-16을 콕 집은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전쟁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1년간 터부시되던 영역을 차례로 허물며 우크라이나에 점점 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왔지만, 첨단 전투기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것이 자칫 러시아를 자극, 확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5일 자국산 레오파르트2 탱크 14대 지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는 앞서 우리가 전투기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고, 지금 이를 재차 확실히 하고자 한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은 전투기 지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로, 일부 동맹국 사이에서는 관련 논의를 물밑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지난주 자국 의회에 우크라이나가 요청할 경우 F-16 전투기 공급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개방적이며 금기시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프랭크 세인트는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에서 F-16 양도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국가를 위해 F-16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는 "F-16은 사용법을 익히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복잡한 전투기"라며 복잡한 정비를 도맡아 수행하는 민간 업자들이 과연 우크라이나에서 안전히 일할 수 있겠냐는 등 F-16 제공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 바 있다.
NYT는 이들이 자국산 에이브럼스 전차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를 폈으나,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으로 전차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전투기 제공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항공기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지원 국가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갈등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들 전투기가 러시아가 쏘는 순항 미사일과 자폭 드론(무인기)을 막아내기 위한 방공 역량으로만 사용될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일축한다.
일단 우크라이나로서는 우수한 기동성과 화력을 갖춘 서방의 탱크 약 100대를 확보하며 지상 전력이 상당히 보강될 전망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미국의 에이브럼스 지원 방침을 환영하며 "영국의 챌린저, 독일의 레오파드2와 함께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데 있어 중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실제 운용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먼저 미국 관리들은 최소 수개월이 지나야 에이브럼스 31대의 인도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독일과 폴란드는 각각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2를 14대씩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예정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이를 우크라이나로 선적하는 데에 3∼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캐나다도 이날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2 4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은 영국이 약속한 챌린저2 14대가 될 전망이다. 알렉스 초크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제공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계획상으로는 3월 말"이라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탱크가 전달되기만 하면 실전 투입은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우크라이나군이 소련 시절 만들어진 탱크로 훈련돼있는 데다, 레오파르트2의 경우 에이브럼스보다는 작동이 쉬운 편이라며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데에 3∼4주면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서방의 탱크 지원 움직임을 평가절하하고 나섰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로시야24 방송은 전날 서구의 현대식 전차를 겨냥해 "이빨이 빠진 고양이", "낡아빠진 에이브럼스" 등 혹평을 내놨다.
한 패널은 독일제 레오파르트2가 러시아의 최신형 전차 T-90과 비교해 "훨씬 뒤떨어지고, 무겁고,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비난했다. 미국산 에이브럼스가 전투 중 공격을 받는 장면을 제시하며 약점을 분석하기도 했다.
CNN은 "러시아 국영 언론은 자국 전차가 우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중 수백 대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파괴됐다"며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거의 모든 러시아 전차에서 결함을 발견했다"고 꼬집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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