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완화에 좋은 조짐"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약 40년 만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해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지난해 미국의 광의 통화량(M2 기준)이 역대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준이 집계한 지난달 M2 통화량은 21조2천억달러(약 2경6천조원)로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1천474억달러(약 181조원) 줄었다.
이는 5개월 연속 감소이며, 이에 따라 작년 연간 M2 통화량은 관련 기록이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달 M2 통화량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3천억달러(약 369조원) 가까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로는 5천300억달러(약 652조원) 이상 각각 줄었다.
M2는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로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에도 머니마켓펀드(MMF)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 자금을 포함한다.
앞서 연준은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통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M2 통화량은 팬데믹 직전보다 6조3천억달러(약 7천747조원), 40% 급증했다.
연준은 이후 지난해 6월 월 475억달러(약 58조4천억원) 규모로 양적긴축(QT)을 시작했고 9월부터는 양적긴축 규모를 월 950억달러(약 116조8천억원)로 늘린 상태다.
로이터는 최근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 공급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며 인플레이션은 통화적 현상이라는 학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오랫동안 통화완화 정책으로 M2가 80% 넘게 늘어나는 동안 물가 상승률은 연준 목표치인 2%를 넘은 적이 없었던 만큼 이런 이론의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최근 2년간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통화 공급이 급증하면서 인플레이션도 심해졌고 지난해 통화공급이 감소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달 초 "(M2 통화량이)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정확히 예측됐다"면서 "인플레이션은 분명히 통화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통화에 큰 움직임이 있으면 인플레이션에서도 그렇다"면서 최근의 통화공급 진정세에 대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공급 변화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는 (기존의 이해보다) 훨씬 덜 단선적"이라고 말하는 등 유보적 입장도 여전히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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