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 방문한 코믹콘 감독 "웹툰, 만화의 미래 될 수도"
(앙굴렘<프랑스>=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웹툰을 보지 않아요. 아직은 말이죠. 하지만 웹툰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 수 있어요."
1998년부터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국제만화축제 '코믹콘'을 개최해온 클라우디오 쿠르치오(51) 감독이 내년 한국의 웹툰을 소개하고 싶다면서 했던 말은 의아했다.
웹툰을 본 적이 없는데 왜 웹툰을 주제로 전시를 하고 싶은걸까. 이런 의문에 쿠르치오 감독은 지금 만화계에서 무엇이 화두인지 포착해 이탈리아에 알리는 게 자신의 직업이라고 답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의 웹툰처럼 모바일로 만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몇몇 출판사들이 시도하는 단계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전 세계 만화업계 종사자와 팬들이 모여드는 제50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첫날인 26일(현지시간) 앙굴렘 시내에서 쿠르치오 감독을 만나 인터뷰했다.
자신이 웹툰을 보지 않는 이유가 "나이가 들어서"라던 쿠르치오 감독은 어린 친구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를 보면 웹툰이 만화 시장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은 모바일 만화보다는 출판 만화를 선호하지 않느냐고 묻자 "요새는 모두 휴대전화로 영화나 드라마를 스트리밍해서 보고 있지 않으냐"며 "만화 소비 방식에도 이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너무나 좋아했다는 쿠르치오 감독은 20대 때 만화방을 차렸다가 3년 만에 문을 닫고 만화 축제를 기획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처음 축제를 준비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K팝, K드라마 영향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웹툰을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싶어진 이유죠."
그는 올해 4월 나폴리 코믹콘에서 웹툰을 소개하는 작은 행사를 개최하고, 내년 행사 때 웹툰을 중심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코믹콘 기간에 맞춰 몇 해 전부터 시작한 K팝 경연대회를 열고,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한국 드라마나 영화 상영, 웹툰 속 음식을 소개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쿠르치오 감독과 한국 만화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한국에서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이탈리아 만화를 소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미술관에서 이탈리아 만화를 전시하거나, 나폴리로 한국 작가를 초청해 전시회를 개최했으나 그 이후로는 협업이 뜸해졌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일본의 만화를 일컫는 '망가'가 한국의 만화보다 인기를 더 끌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쿠르치오 감독은 설명했다.
쿠르치오 감독은 "일본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만화 산업을 지원해주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클래식 음악, 영화 등 다른 문화 분야와 달리 유독 만화에는 지원이 인색한 분위기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쿠르치오 감독은 이날 앙굴렘 만화축제를 찾은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등 관계자들과 나폴리 코믹콘에서 웹툰 전시 구상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나폴리 코믹콘은 만화뿐만 아니라 비디오게임, TV 드라마, 영화, 게임, 음악, 코스프레 등을 망라한 축제로 매년 나흘간 열리는 행사에 약 15만 명이 방문한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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