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존재감 드러내는 전장사업…삼성·LG '가속 페달'

입력 2023-01-29 06:41  

경기침체 속 존재감 드러내는 전장사업…삼성·LG '가속 페달'
IT 수요 부진에 전자업계 어닝쇼크…전장 부문은 호실적
삼성·LG전자 등 전장 사업 강화로 활로 모색…투자 가속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전자업계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IT 수요 위축으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경험했지만, 전장 부문은 존재감을 키우며 '실적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또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 등 부품업계도 전장을 미래 먹거리 삼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LG 전장 사업 '아픈 손가락'에서 '실적 효자'로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매출 8조6천49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전장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 10%를 넘겼다.
연간 영업이익은 1천69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전분기(961억원)보다 68.6% 감소했는데, 이는 전장사업 합작사인 LG마그나 멕시코 공장 투자 비용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2013년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VS사업본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VS사업본부는 2015년 연간 50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로 줄곧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기차 시대 개막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업체들도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작년 실적 호조에 대해 LG전자는 반도체 공급 지연 이슈에도 안정적 공급망 관리를 통해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한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전망도 밝다. 지난해 말 VS사업본부의 수주잔고만도 80조원에 달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장 사업은 수주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VS사업본부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3천470억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자회사 하만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하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2천억∼3천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5천150억원을 기록한 하만은 연간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은 디지털화된 운전공간을 뜻하는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시장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 후 실적은 신통치 않아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았다.
하만의 연간 영업이익은 인수 직전 6천800억원에서 인수 첫해 574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이후에도 부진이 이어지다 2021년 영업이익 5천991억원을 기록하며 차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만은 최근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 드라이빙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대형 수주를 따내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 '스마트폰 대신 자동차'…부품업계도 전장 사업에 역량 집중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전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PC와 스마트폰 등 IT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두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에 빠졌다.
삼성전기가 이달 25일 공시한 작년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천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전장이 부품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성장 동력이 스마트폰이었다면 미래 성장 동력은 자동차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일례로 최신 스마트폰 1대에는 1천개 정도의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가 들어가는데, 전기차 1대에는 1만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기는 최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파워트레인·제동장치용 등 다양한 전장 MLCC를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전장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시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각 사업부에 전장 전담팀도 꾸렸다.
LG이노텍도 전장부품 사업이 실적 버팀목이 됐다.
LG이노텍의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0.45% 급감한 1천7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IT 수요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회사의 전장부품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4천214억원으로, 6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수요가 확대되며 전기차용 파워 모터, 조향용 모터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LG이노텍은 설명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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