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공직사회의 직무태만 실태를 꼬집어 화제가 된 올해 중국중앙TV(CCTV)의 춘제 특집 쇼의 시청자가 16억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이 매체가 28일 보도했다.
CCTV는 춘제 전야인 지난 21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된 버라이어티쇼 '춘완(春晩)' 프로그램을 중국과 해외 173개 국가 및 지역에서 16억1천600만명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춘완은 CCTV와 중국 내 각 지역 위성TV,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방송해왔는데, 올해는 전 세계 1천여 매체를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돼 시청률을 높였다고 CCTV는 설명했다.
1983년 시작돼 매년 춘제 전날 밤 8시부터 5시간가량 노래와 가무, 코미디 단막극 등을 엮어 방송하는 춘완은 중국인들의 춘제 맞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으며, 매년 중국과 해외에서 10억명 이상이 시청해왔다.
올해 춘완은 중국 공직사회의 직무 태만과 복지부동을 신랄하게 풍자한 코미디 단막극 '갱(坑)'이 화제가 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 코미디 단막극은 도로에 파인 웅덩이를 6개월째 방치한 채 책임을 회피하는 '하오 국장'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탕핑(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이 만연한 중국 공직사회의 실상을 고발했다.
하오 국장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실수도 없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웅덩이에 빠졌다고 항의하자 "내 잘못이 아니라 대중이 도로의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피해자 탓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중국의 '백지 시위'를 촉발한 작년 11월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10명 사망·9명 부상) 당시 현지 공무원들의 태도를 빗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방역 통제로 아파트가 봉쇄돼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자 일부 공무원은 "사고 예방 의식과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며 참사 책임을 피해 주민들 탓으로 돌렸다.
누리꾼들은 "당국의 치적 홍보와 계몽 일색이었던 춘완이 올해는 국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관련 해시태그가 사흘 만에 8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최고 사정당국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춘완 방영 직후 "엄정한 규율 집행과 문책을 통해 공직사회의 탕핑 관행을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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