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쏟아붓는 서방에 신뢰 잃을라…우크라, 부패와의 전쟁

입력 2023-01-28 17:05  

지원 쏟아붓는 서방에 신뢰 잃을라…우크라, 부패와의 전쟁
NYT·BBC "젤렌스키 대통령, 부패로 신뢰 잃을 경우 서방 지원 타격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러시아와의 전쟁이 2년 차로 접어든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부 고위인사 10여 명을 물갈이하는 등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며 서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주 키이우, 수미,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5개 주 주지사와 국방부 차관, 검찰 부총장, 대통령실 차장, 지역 개발 담당 차관 2명 등 고위인사 10여 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BBC는 이 개각은 정부가 부패 척결에 나서면서 고위인사들이 사임하거나 해임된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외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불거진 이들의 부패 의혹은 심각하고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뱌체슬라우 샤포발로우 국방부 군수 담당 차관은 국방부가 군납 식비를 과대 지급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결백을 주장하다 결국 사임했고, 올렉시 시모넨코 검찰 부총장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빌려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밝혀져 해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들을 신속히 교체한 것은 정부가 부패로 서방의 신뢰를 잃을 경우 러시아와의 전쟁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전후 복구를 위해 꼭 필요한 서방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NYT도 우크라이나 권력층의 부패 역사를 익히 잘 아는 미국 공직자들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수십억 달러의 지원이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며 지켜봐 왔다면서, 이번 스캔들은 젤렌스키 정부의 부패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31년 전 독립선언 후 줄곧 공공부문과 정치 부문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21년 우크라이나의 '부패인식지수'(CPI)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20위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사에서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를 (그들만의) '기회의 나라'로 만들었다. 그 나라는 뇌물을 주고, 훔치고, 자원을 빼돌릴 기회가 있는 나라"라고 언급하며 부패 척결을 다짐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의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의원들 모두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공직자들은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원조가 도난당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번 개각에 대해서도 미국 관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패와의 싸움에 단호하게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은 상원 외교위원회의 우크라이나 관련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개각은 전쟁 와중에 돈을 빼돌리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밥 메넨데스(민주)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지난해 러시아 침공 전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행한 반부패 조치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원조에 대한 진지한 감독 계획을 마련한 데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내각을 칭찬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돌아온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속임수나 낭비에 대한 무관용을 선언했다"며 "지금까지 시행된 모든 조사와 감독에서 어떤 낭비나 유용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전시에 부패를 척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이번 고위 인사들의 부패 의혹과 개각은 우크라이나가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서방의 지원이 절실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겐 부패를 억제할 강력한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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