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해 "핀란드에만 다른 반응 줄 수도" 여지
스웨덴서 열린 反튀르키예 시위 이후 강경 입장 고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핀란드에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있다며 스웨덴에는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한 방송에서 두 나라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우리는 핀란드와 관련해서는 다른 반응을 줄 수도 있다"면서 "스웨덴은 이 반응에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핀란드의 나토 가입 허용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핀란드와 스웨덴은 군사 중립을 철회하고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으나 튀르키예의 반대에 부딪혔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두 나라의 나토 합류에 어깃장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에만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이달 들어 스웨덴에서 튀르키예 규탄 시위가 벌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방송에서 스웨덴에 "나토에 진정 가입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테러리스트들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5월로 예상되는 대선을 앞두고 민족주의 경향의 보수 표밭을 다지려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그는 2003년 내각제 당시 총리에 취임하고 2014년 대통령이 돼 20년째 집권 중으로, 차기 대선에서는 야권 주자들과 박빙 승부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이날 그가 출연한 방송도 젊은층 유권자와 만나는 자리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같이 딴지를 걸고 나서면서 나토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예정된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최종 동의만 남겨두고 있다. 회원국 중 단 하나라도 반대하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스웨덴에는 핀란드보다 쿠르드족 이주민이 더 많고, 규탄 시위 같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핀란드는 당초 방침처럼 스웨덴과 동반 가입하는 게 '최우선 순위'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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