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탱크 약속받자마자 "전투기·장거리 미사일 달라"(종합)

입력 2023-01-30 15:08   수정 2023-01-31 16:08

우크라, 탱크 약속받자마자 "전투기·장거리 미사일 달라"(종합)
젤렌스키 "러, 우리 병력 소진 원해…무기 선택지 열어야"
러 대반격 예상 속 전력강화 욕구…서방 응집력 유지에 악재되나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의 주력 전차 지원을 약속받은 지 수일 만에 신속한 무기 인도와 새로운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화상 연설을 통해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서방에 대한 이 같은 요구안을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서방에 요구하고 있는 새 무기로는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가 거론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며 사거리 297㎞의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필요하다고 전날 언급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역시 같은 날 동맹국들과 2가지 지원안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며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를 들었다.
이 같은 중무기 요구는 독일과 미국이 각각 주력 전차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한 지 수일 만에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중무기 요구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계속 되풀이됐다.
그러나 현재 전황을 살펴보면 우크라이나로서 더 신속한 무기 공급과 새로운 중무기 지원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부흘레다르 등에서 러시아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의 방어막을 뚫으려는 지속적인 시도"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올 초 솔레다르를 시작으로 동부 지역에서의 격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군은 최근 도네츠크주 동부 블라호다트네에서의 러시아군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민간 용병단 와그너그룹은 이 지역을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방이 지원하기로 한 주력전차는 동부에서 러시아의 진격을 막거나 방어선을 뚫고 점령지를 탈환하는 데 유용한 무기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가 돈바스 요충지인 바흐무트 등을 점령하기 전에 진격을 서둘러 막고, 봄철 공세에 힘을 보탤 기갑전력이 필요하다.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의 경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포병기지 등 후방 기반시설을 타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포돌랴크 고문은 설명한다.
전쟁에서 매일같이 희생이 치러지고 있는 만큼 지원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도 그의 주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는 전쟁을 길게 끌어 우리 병력을 소진하길 원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무기(지원)를 서둘러야 한다"며 "공급에 속도를 내고 새로운 무기 선택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압박이 점령군의 공세보다 더욱 강력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 동맹국들의 방위력 지원 동력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방은 전쟁 이후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서방과의 대결과 확대될 가능성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무기 지원에 인색했다.
특히 장거리 미사일, 전투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데 사용해 확전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언급조차 꺼리던 무기다.
주력전차의 경우에도 사실상 금지목록에 있다가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의 압박, 미국과 독일 정상의 결단에 따라 힘겹게 지원이 성사됐다.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는 향후 지원 논의가 활발해지면 나토의 단일대오를 흔드는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국가보다 안보 불안을 더 크게 느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도 최근 주력전차 지원을 둘러싼 진통 속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각각 온도 차를 보인 바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8일 미 국방부에서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제공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 봅커 훅스트라도 최근 우크라이나가 요청할 경우 F-16 전투기 제공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은 25일 전투기 지원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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