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회장, 전기차 새 방향 모색 위해 CEO직 물려줘"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 일본 도요타에서 전기차에 소극적이던 도요다 아키오 최고경영자(CEO)가 CEO 자리를 내놓기로 하면서 도요타의 전기차 전략이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요다가 4월에 CEO 자리를 사토 고지 집행위원에게 물려주고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어서 사토 신임 CEO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CEO)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토 신임 CEO가 도요다 현 CEO가 추진해온 점진적인 전환과 세계 거의 모든 주요 자동차 업체가 선택한 전기차로 신속한 '갈아타기'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도요타는 전기차 수요가 향후 수십 년간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기존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과 같은 조립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e-TNGA'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 생산해 왔다.
도요다 CEO는 지난해 12월 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동차 산업 종사자 중 '조용한 대다수'는 전기차를 유일한 선택지로 갖는 것이 정말 괜찮은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답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으므로 한 가지 선택지(전기차)에만 국한하면 안 된다"고 강조, 전기차가 주도하는 자동차 업계의 미래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미국 테슬라에게 빼앗기고 주요 국가들이 전기차 지원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도요타 내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도요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급격하게 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이미 이전부터 전기차 전략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도요타가 테슬라의 전략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전기차 기술과 생산 설비에 대한 더 큰 규모의 선행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요타는 테슬라가 채택한 여러 방식에 대한 연구를 내부적으로 진행하면서 특히 공동 부품과 효율적인 생산공정에 대한 대규모 선행 투자 효과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WSJ도 도요타가 이달 초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 지난해 말 2030년까지 전기차 연간 판매 목표를 기존보다 늘어난 350만대로 상향 조정한 것은 이런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도요타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지를 거친 로봇·컴퓨터 연구자인 질 프랫을 영입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시장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작업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소개했다.
소식통들은 도요다 CEO가 자동차 업계의 변화와 이에 따른 전기차 전략에 대해 사토 신임 CEO가 자기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CEO가 바뀌어도 도요타의 전기차 전략이 변할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이 많지만, 도요다가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신임 CEO가 좀 더 수월하게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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