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잘 달린 K-배터리…합작법인 무산돼도 '느긋'

입력 2023-01-30 11:10  

경기침체에도 잘 달린 K-배터리…합작법인 무산돼도 '느긋'
LG엔솔·삼성SDI 작년 역대급 실적…SK온은 적자 지속 전망
배터리 시장 '셀러스 마켓' 전환…배터리 업체가 주도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가 지난해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일각에선 경기침체로 인한 전기차 수요 위축 우려도 제기되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풍부한 수주 물량을 기반으로 올해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전기차 시장 성장세 힘입어 LG엔솔·삼성SDI 실적 호조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20조1천2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8천80억원으로 전년보다 69.4% 증가했다.
실적 호조에 대해 삼성SDI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P5(Gen.5) 배터리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우려도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가속화와 공급망 이슈 완화로 전기차 생산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역대 최대 매출액을 경신해나가고 있으며, P5 출하 증가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며 삼성SDI의 올해 매출 전망치를 23조9천억원, 영업이익 전망치를 2조3천억원으로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7일 공시한 지난해 매출은 25조5천986억원, 영업이익은 1조2천13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43.4%, 57.9% 증가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제품의 판매 호조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의 판매가격 연동 확대로 호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사업 전망이 밝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올해 북미와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글로벌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올해 매출 38조원, 영업이익 2조2천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4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NH투자증권[005940]은 SK온의 4분기 영업손실이 2천245억원으로 전분기(-1천346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SK온 역시 임직원 상여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에 대해 "가동률 상승과 수율 개선으로 인해 올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고, 연간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 배터리 수주 둔화에도 여유…투자 '숨고르기'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시장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경기 침체로 전기차 시장마저 수요 둔화를 겪을 수 있다는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와 해외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이 취소 내지 보류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SK온과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는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배터리 합작공장 사업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내 배터리 4공장 건설계획도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서두를 게 없다는 분위기다.
이미 수주잔고를 충분히 확보한 배터리 업체들이 오히려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수익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시장이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판매자에게 유리한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시장이 셀러스 마켓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수주 계약에서 점점 더 유리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3사와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 등 손에 꼽을 정도"라며 "IRA 시행으로 중국 업체가 배제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입지가 더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가 자금난에 시달리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배터리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계기로 유럽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도 더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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