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생산성 장기추세↓…"기술혁신·경제체질 개선 필요"

입력 2023-01-30 12:00   수정 2023-01-30 12:15

팬데믹 후 생산성 장기추세↓…"기술혁신·경제체질 개선 필요"
노동생산성 증가율 팬데믹 이전 2.3%→이후 1.4%
불안정한 대외요건·불황 청산효과 부재 등이 원인
한국 생산효율성 주요국 대비 낮아…미국 60% 수준 불과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의 생산성 증가율이 정체되면서 장기 추세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 생산성 확충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기술혁신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구조조정 및 규제개선 등 경제체질 개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경제팀 정선영 과장과 장동산 조사역은 30일 '코로나19 이후 생산성 변화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팬데믹 충격이 우리나라의 생산성, 특히 노동생산성 경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팬데믹 직후 빠르게 반등하다가 정체(boom then burst)되는 전형적인 위기 시 경기변동적 패턴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전기비 연율 평균)은 팬데믹 이전 평균 2.3%에서 2020년 2.6%로 확대됐다가 2021∼2022년에는 0.7%로 축소됐다.
팬데믹 충격 직후 일시적 반등했다가 이후 둔화세가 심화하면서 생산성의 장기추세도 소폭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 비교 기간을 확대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평균 5.4%에서 금융위기 기간 2.6%로 떨어졌다.
다시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 이전 평균 2.3%에서 팬데믹 이후 1.4%까지 낮아졌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 이전 1.2%에서 팬데믹 이후 0.6%로 하락했다.

이런 장기추세 하락은 팬데믹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대외여건, 산업간 재배분효과 소멸, 불황의 청산효과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통상 불황 때는 비효율적 기업의 퇴출로 시장 효율성이 개선되는 청산효과(cleansing effect)가 나타나는데 이번 위기에는 동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팬데믹 충격은 디지털기술 활용도에 따라 서비스업 내 생산성 격차를 확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집약부문은 여타 서비스 부문에 비해 노동투입량의 개선 없이도 생산능력이 빠르게 회복,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향후 우리 경제의 중장기 생산성 경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인한 상승효과(기술혁신)가 코로나19 상흔효과(생산효율성 하락)에 따른 생산성 둔화를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상흔효과는 장기실업과 같은 인적자본 잠식,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등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을 말하는데, 향후 시장 비효율성 누증에 따른 생산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생산 효율성이 주요국 평균 수준에 크게 미달, 생산효율성 개선 노력 없이 연구·개발(R&D) 투자 등 기술혁신만으로는 추가적인 생산성 개선이나 선진국과의 효과적 격차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일정한 기술 수준에서 정해진 생산요소를 투입했을 때 생산 가능한 최대산출량 대비 상대적 효율성을 뜻하는 생산 효율성은 2019년 기준 우리나라가 미국의 59.9%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73.2%)이나 경제 규모가 유사한 국가(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 3만∼5만달러)의 평균치(70.8%)를 크게 하회한다.

보고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기 생산성 확충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등 기술혁신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과 함께 구조조정 및 규제개선 등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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