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전 英 총리 "푸틴, 미사일 거론 위협" 주장…크렘린궁 부인(종합)

입력 2023-01-30 21:16   수정 2023-01-31 11:50

존슨 전 英 총리 "푸틴, 미사일 거론 위협" 주장…크렘린궁 부인(종합)
BBC 다큐서 지난해 2월 우크라 전쟁 발발 전 통화 공개
크렘린궁 즉각 반박 "일부러, 혹은 몰라서 거짓말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전명훈 기자 =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영국에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30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는 이날 방송되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조짐이 있던 지난해 2월 현직 총리로서 푸틴 대통령과 길게 통화할 때 겪었던 뒷얘기를 공개할 예정이다.
존슨 전 총리가 통화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말 그대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푸틴 대통령이 "1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사일 공격 위협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방과 러시아가 정상을 포함한 외교 접촉을 하고 긴장 완화를 시도하던 때였다.
존슨 전 총리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당시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시 서방 제재가 이어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이 러시아 국경에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푸틴에게 우크라이나가 '가까운 미래에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막으려 했다고 존슨 전 총리는 주장했다.
하지만 존슨 전 총리는 "어느 순간 그가 나를 위협했다"면서 "그는 '보리스, 나는 당신을 해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미사일로는 1분이나 그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존슨 전 총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영국으로서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가 201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 이중간첩 독살을 시도하는 등 대범한 행동을 서슴지 않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존슨 전 총리는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밤중 전화를 걸어온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영웅답게 그가 있던 자리를 지켰다"고 회상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다큐에서 존슨 전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통화 이후인 2월 11일 모스크바로 날아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했는데, 당시 러시아 측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으나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양측 모두 알았다고 언급했다.

월리스 장관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를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나는 거짓말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식이었다고 회고했다.
월리스 장관은 또 모스크바 방문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이 "우리는 다시는 모욕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존슨 전 총리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존슨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거짓말"이라며 거칠게 반응했다.
그는 "의도적인 거짓말이라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존슨 전 총리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푸틴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이해를 못 해서 무심코 거짓말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경우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이 러시아 국경 근처에 배치될 수 있고, 이들 미사일은 모스크바까지 몇 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걸 그렇게 이해했다면 참 민망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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