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지금까진 바다 잔잔했지만 거센 파도 몰려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46) 이탈리아 총리가 취임 100일 동안 우려와는 달리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정권을 흔들 수 있는 3대 위협 요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안정적인 첫 100일 후, 더 거센 파도가 조르자 멜로니를 기다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멜로니 정부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들을 이처럼 꼽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멜로니의 우파 연정만큼 좋은 모습으로 첫 100일을 맞은 정부는 거의 없었다"며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 30%로, 지난해 9월 25일 조기 총선 때의 26%보다 더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PD)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19%에서 16%로 떨어졌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탈리아와 독일 간 10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멜로니 총리가 취임한 이후 2.33%포인트에서 1.80%포인트로 축소됐다. 이 지표는 이탈리아의 정부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멜로니 총리의 취임을 앞두고 이탈리아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약세를 보였지만 취임 100일을 거치면서 이러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멜로니 총리가 지금까지는 비교적 잔잔한 바다를 항해했지만, 지평선 너머로 3개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 먹구름은 유럽연합(EU)이 2026년까지 제공하는 1천915억유로(약 258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이다.
코로나19 회복기금은 EU 집행위원회가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회원국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대 수혜국인 이탈리아는 EU 집행위가 설정한 55개 목표를 실제로 충족했음을 보여줘야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탈리아는 현재 그 목표에 미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우파 연정의 내분 가능성이다. 멜로니 총리는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절충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내각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당의 이합집산에 따른 정국의 불안정을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극복하려는 시도다.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멜로니 총리의 이러한 구상과는 달리 주요 연정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는 주요 지지 기반인 북부 지역의 자치권 확대를 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비니 대표의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문제인 잘 사는 북부와 가난한 남부의 경제력 격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지막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전에도 ECB의 금리 인상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ECB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정부부채가 많은 이탈리아가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5%를 넘으면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멜로니 총리는 지금까지 능숙한 선장이라는 점을 증명했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선장이라도 날씨 앞에는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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