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연설·기고로 관심 촉구…AI 규제 전담기관 설치 주장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인공지능(AI) 기술로 실제 사람이 쓴 것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문장을 작성하는 챗봇 '챗GPT'(ChatGPT)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미국 의회와 정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챗GPT를 통해 드러난 AI 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하면서도 정부의 규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을 우려하는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미 하원에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제이크 오친클로스 하원의원의 연설이 주목받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AI 연구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원에 소개하면서 챗GPT가 작성한 연설문을 읽었기 때문이다.
미 의회에서 AI가 작성한 연설을 낭독한 최초 사례로 알려졌다.
오친클로스 의원은 챗GPT에 '법안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하원 연설문을 100단어로 작성하라'는 지시를 입력했으며 이후 몇 차례 보완 지시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우리는 미국이 AI 연구개발에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기술 진화가 제공하는 여러 가능성을 책임 있게 탐색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 같은 국제 파트너와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은 AI가 작성한 티가 나지 않았다.
오친클로스 의원은 AI와 관련한 의회 논의를 촉진하고자 챗GPT로 연설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기술에 반사적으로 적대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관련 정책이나 법규가 너무 늦어져도 안 된다며 거대 기술기업을 견제할 '공공 균형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년 11월 30일 출시된 챗GPT는 컴퓨터가 인터넷에 있는 엄청난 양의 글을 학습해 인간이 쓴 것과 유사한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다.
출시 두 달 만에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AI 기술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테드 류 하원의원은 지난 23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AI 기술의 개발과 사용을 적절히 규제하지 않으면 자율무기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AI가 인생을 결정하며, 해커가 AI를 활용해 사이버공격을 하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고문의 첫 문단은 챗GPT가 작성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류 의원은 AI의 놀라운 가능성에 흥분하면서도 아무도 이를 통제하거나 규제하지 않는 사실에 기겁했다면서 정부가 AI 규제를 담당할 전담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도 AI 기술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체계국(DISA)의 스테판 월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5일 한 행사에서 DISA의 감시 대상에 챗GPT의 기반이 되는 생성형 AI를 최근 추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DISA는 5G, 양자컴퓨터의 공격에서 안전한 암호화, 에지(edge) 컴퓨팅, 원격 현실 등 군 정보작전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을 감시 대상으로 지정해왔다.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빌 드렉설 연구원은 "챗GPT 자체가 군사 시스템은 아니지만 주로 상업 목적으로 개발된 이런 기술을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하면서 이런 도구의 장점과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은 전장 분석과 정비 수요 예측 등에 AI를 점점 더 활용하는 추세다.
미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국방부가 AI에 사용한 공개 예산은 2016년 6억달러에서 2021년 25억달러로 증가했으며 685개가 넘는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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